서울만 가던 스타트업·투자, 이제는 신수도권 천안으로 몰린다

3년간 404개 스타트업 발굴·투자 1170억…AC·VC 14개사 유치
“창업의 변방에서 중심도시로”… 천안 ‘K-스타트업 도시’로 도약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창업자들과 예비창업자들로터 ‘변방’으로 인식되던 충남 천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업·스타트업 도시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천안시가 스타트업 발굴부터 투자, 스케일업,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창업 생태계 전반에 행정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지난 9월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천안 C-STAR Awards’에서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부시장과 내빈들. 천안시 제공

3일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시의 창업 생태계 전환점은 2022년 8월 문을 연 국내 1호 복합 스타트업 파크인 ‘천안그린스타트업타운’이다. 당시 천안시는 ‘5년간 500개 스타트업 발굴, 10년 내 유니콘 기업 2개 육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본격적인 창업도시 전략을 선언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성과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천안시는 현재까지 404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했으며 투자유치 1170억원, 고용창출 1030여명, 팁스(TIPS) 선정 72건, 민간 투자사(AC·VC) 14개사 유치라는 실적을 거뒀다. 수도권에 집중되던 창업·투자 흐름이 천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STAR’로 연결되는 창업·투자·산업 생태계

 

천안 창업 정책의 핵심 축은 ‘C-STAR 육성 프로젝트’다. 예비창업자부터 성장 단계 기업까지 단계별로 선별해 투자 연계, 실증(PoC), 기술 상담, 민간 투자사 매칭을 이어가는 구조다. 현재까지 22개 기업이 C-STAR 기업으로 선정됐다.

 

대표 행사인 ‘2025 천안 C-STAR Awards’에는 창업가와 투자자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전국 IR 경진대회에는 301개 기업이 도전해 10개 기업이 결선에 올랐다. 하이퍼비주얼에이아이, 에어빌리티, 티엔에이치텍, 지앤티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수상하며 천안의 창업 저력을 입증했다.

 

천안시는 단발성 행사를 넘어 ‘C-STAR 인사이트 투어’를 통해 스타트업과 투자사를 실제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랩투보틀·파워오토로보틱스·제닉스·지역 대표 기업 엔켐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기술 협력과 투자 논의를 병행했다. 투어 이후에는 후속 투자 검토와 공동 사업 논의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BIBAN 2025에 천안시 소재 스타트업 20개사가 글로벌 진출지원사업으로 행사에 참가했다.

◇ “천안에서 창업하면 세계로”… 글로벌 진출 가속

 

천안시는 지역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즉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해외 전시 참가를 넘어, 현지 투자사·바이어와의 실질적인 연결과 후속 투자까지 이어지는 ‘성과 중심 글로벌 진출 전략’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천안시는 지난해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대폭 고도화하고, 창업진흥원과 연계해 K-스타트업관 내 ‘천안시 통합관’을 운영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최대 규모 창업 박람회 ‘BIBAN’에 기초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20개 스타트업을 파견하며 주목을 받았다.

 

참가 기업들은 현지 투자사와 글로벌 바이어를 대상으로 810여 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총 37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 28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투자와 사업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방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천안시는 사전 단계에서부터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IR 자료 고도화, 현지 시장 분석을 지원하고, 박람회 이후에는 투자 검토 및 계약 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관리 체계도 병행했다. 그 결과 다수 기업이 중동·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보했다.

 

시는 이러한 성과를 계기로 ‘천안에서 창업하면 세계로 나간다’는 전략 아래, 해외 액셀러레이팅과 글로벌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에 뿌리를 둔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는 구조를 정착시켜 천안을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창업 거점 도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C-STAR 기업과 함께 상반기 인사이트 투어를 진행했다.

◇금융·펀드로 뒷받침되는 ‘천안형 창업 생태계’

 

천안시는 창업가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자금 문제 해결에도 직접 나섰다. 비수도권 최초로 기술보증기금과 협약을 체결해 54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시행했고, 농협은행 출연금 확대 등을 통해 내년까지 총 120억 원 규모의 우대보증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또한 △24억5000만원 규모 ‘천안-그래비티 지역유망기업 투자조합’ △131억원 ‘크립톤 지역창업생태계 라이콘 펀드’ △250억 원 ‘KB-안다 딥테크 벤처투자조합’ 등 공공·민간 공동 출자 펀드를 잇달아 조성하며 투자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천안 지역 기반 민간 투자사는 2020년 1곳에서 현재 14곳으로 확대됐다. 창업 기업뿐 아니라 투자 인력과 네트워크까지 함께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1월 신라스테이에서 C-STAR기업, 창업유관기관, 천안소재 민간투자사와 함께 C-STAR의 밤 행사를 진행했다.

◇우주로 뻗는 ‘천안형 혁신 스타트업’

 

C-STAR 기업의 성과도 눈에 띈다. 미래 모빌리티 기업 지앤티는 지난해 독일 프레틀그룹과 4600억 원 규모 전기차용 컨버터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전기차 밸류체인에 진입했다. 우주·방산 기술 기업 인세라솔루션은 국산화한 고속정밀조절거울(FSM)을 2026년 누리호 검증위성에 탑재할 예정이다.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부시장은 “천안은 기술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라며 “창업과 산업, 투자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천안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혁신의 무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방 창업의 한계를 넘어 ‘혁신에서 성장으로’, 천안의 스타트업 실험은 이제 새로운 2막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