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볼트 조이고 집에선 빨래 척척… 피지컬 AI, 이젠 실전이다 [CES 2026]

‘AI의 새 장’ 검증 무대 될 CES

‘생성형 AI’ 넘어 실질적 쓰임새에 방점
엔비디아, 로봇 탑재 AI 컴퓨터 전면에
복잡한 작업 스스로 학습해 현장 적용
현대차도 휴머노이드 로봇 첫 실물 시연

가사 도우미 로봇 ‘LG클로이드’ 눈길
삼성 돌봄 솔루션과 ‘AI 홈’ 대전 예고
韓신제품, 中 점령 ‘로청’ 시장에 도전장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초 전 세계 기업이 집결해 밝히는 화려한 ‘혁신 조명’으로 잠들 새가 없다. 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은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장을 여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냉정한 검증의 무대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생성형 AI 열풍은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 CES는 “그래서 AI를 당장 어디에 쓰고, AI가 얼마를 벌어다 줄 수 있는가”를 묻는다. 지금까지의 AI가 감탄의 대상이었다면, 이번 CES 2026의 슬로건인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은 이제 현장에서 즉시 작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형 도구’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이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라스베이거스 거리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특별 연설 예고 영상이 송출되는 모습. 라스베이거스=이동수 기자

◆젠슨 황 예언, 1년 만에 ‘실전’으로

 

“AI의 다음 개척지는 피지컬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지난해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던진 화두는 1년 만에 이번 CES를 지배하는 거대한 현실이 됐다. 소프트웨어에 머물던 AI가 로봇이라는 신체를 얻어 물리적 세계의 노동을 대체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번 CES는 그 진화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누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인지를 증명하는 ‘피지컬 AI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로봇의 두뇌’를 장악하려는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AI 컴퓨터 ‘젯슨 토르’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전면에 내세운다. 엔비디아는 로봇 훈련을 위한 전용 AI 플랫폼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개입 없이도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로봇 제조사들이 하드웨어를 만들면, 엔비디아의 플랫폼이 지능을 불어넣어 주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식 아틀라스(Atlas)’로 하드웨어의 정점을 찍는다. 현대차는 ‘인간을 위한 진보’를 테마로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최초로 실물 시연한다. 과거의 유압식 모델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강했다면, 이번 전동식 모델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인간과 협업하며 복잡한 조작을 수행하는 상용화 능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현대차는 이를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전략과 결합해 로봇을 제조 밸류체인의 핵심 생산 수단으로 격상시킬 방침이다.

 

작업 현장에서의 ‘실전형 로봇’ 경쟁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CES 2026 최고 혁신상을 받은 두산로보틱스의 AI 기반 자율 이동 로봇 솔루션 ‘스캔앤고(Scan&Go)’는 카메라로 현장을 스캔하고 스스로 경로를 만들어 작업하는 로봇이다. 미국의 중장비 거인 캐터필러, 존 디어가 자율주행 기술을 농업과 건설 현장의 거대한 장비에 적용해 ‘무인 작업 현장’을 구현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피지컬 AI가 단순 노동 보조를 넘어 산업 현장의 풍경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꿀지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 될 전망이다.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세탁 완료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삼성 vs LG ‘AI홈 전쟁’

 

산업 현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피지컬 AI는 이제 가사 노동 해방을 목표로 가정 내를 깊숙이 파고든다. 최전선에는 로봇청소기와 가정용 반려 로봇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로봇청소기 시장은 그동안 로보락·드리미 등 중국 기업들이 강력한 기술로 패권을 쥐고 있는데, 삼성과 LG는 이번 CES에서 진화한 기술력에 더해 중국 업체의 가장 큰 약점인 ‘보안’을 고리로 강력한 보안 솔루션이 탑재된 AI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 마이크로RGB TV

홈로봇 경쟁에선 LG전자를 주목해야 한다. LG전자가 공개하는 ‘LG 클로이드’는 진정한 가사 도우미 로봇의 시대를 열 전망이다. LG전자에 따르면 클로이드는 주인의 식사 계획에 맞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빵을 넣어 아침을 준비할 수 있다. 주인이 출근하면 세탁 바구니에서 빨랫감을 꺼내 세탁기에 넣고, 건조가 끝난 수건을 개어 정리할 수도 있다. 유니트리 등 홈로봇 업계를 선도하는 중국 기업들이 주로 보행이나 기계적 운동 성능에 집중한 가운데, LG전자는 가정 내 동선 최적화를 위해 바퀴 기반으로 자율주행하고, 키 높이 조절 기능과 인간 팔과 동일한 수준의 자유도를 갖춘 로봇팔을 탑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미래형 콘셉트 제품 'AI OLED 봇'

삼성전자는 돌봄의 영역을 집안 전체로 확장한 AI 홈 비전을 제시한다. 이번 CES에서 자사 AI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대거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홀로 계신 노부모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넘어짐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가족에게 알리는 ‘패밀리 케어’ 기술 등,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AI를 통해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능동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했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홈의 핵심 가전인 TV는 ‘마이크로 RGB’라는 새로운 전장으로 확대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초미세 RGB(적·녹·청) LED를 촘촘히 박아 화질을 대폭 높인 ‘마이크로 RGB TV’ 신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존 마이크로RGB TV 라인업을 55형부터 100형 이상까지 대폭 확대하며 본격적인 대중화에 나서고, LG전자는 자사 첫 라인업인 ‘마이크로 RGB 에보’를 공개하며 차세대 가정용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을 놓고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친다.

 

◆‘달리는 AI’… SDV가 바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선 ‘달리는 AI’가 도로 위 풍경을 바꾼다. 화두는 단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다. 자동차가 고성능 AI 컴퓨터로 진화하면서, 반도체와 전장(VS) 기술이 모빌리티의 승패를 가를 핵심 승부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와 ‘연결성’을 양 날개로 SDV 시장 주도권을 쥔다는 구상이다. 혁신상을 수상한 업계 최초의 ‘탈부착형 차량용 SSD’는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핵심 부품으로, AI 시대 자동차의 ‘기억’을 담당한다. 여기에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가 두뇌 역할을 맡고, 자회사 하만의 전장 기술이 더해져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LG전자는 독자적인 SDV 소프트웨어 솔루션 ‘LG 알파웨어’에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강점인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해 차를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제3의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