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70대 택시 운전사가 15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수종사자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65세 이상 운수종사자가 낸 교통사고는 최근 3년간 18% 증가했고, 사망자는 47% 급증했다. 정부가 운전면허 반납제도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초고령화 시대에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단순히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4일 70대 택시 운전사 A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일 오후 6시5분 종각역 6번 출구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덮치고 3중 추돌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실시한 약물 간이 검사에서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으나, 처방된 감기약에서도 검출될 수 있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65세 이상 고령 운수종사자(여객 업종 대상)가 낸 교통사고는 7623건에서 9005건으로 18.1% 늘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5명에서 81명으로 47.3% 급증했다. 이 중 개인택시 고령 종사자 사고가 3279건에서 3662건으로, 사망자는 15명에서 28명으로 거의 2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운전 사고에 복잡한 도로 설계, 야간 조명 부족, 불충분한 도로 표지판, 미비한 신호 체계와 안전시설 등 도로 환경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개최한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일본처럼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정 면허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첨단운전자지원장치(ADAS), 자동긴급제동장치(AEBS)처럼 부주의를 예방하는 첨단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운전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하는 방안이다.
이 자리에서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본은 2017년 고령운전자 사고 방지를 위한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통해 차량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 이후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고령자 차량의 10만대당 인명사고 건수가 일반 승용차보다 41.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사각지대 감지장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등 첨단안전장치 보조금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고령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신체·인지능력 검사를 강화하고, 주의전환·반응조절·인지능력 등 취약 능력을 보완하는 맞춤형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