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은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사태에 대해 한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달라진 미국의 역할과 국제사회의 ‘각자도생’이라는 냉엄한 생존 질서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김건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미국이 침공한 이유가 마약 생산보다는 베네수엘라 석유 확보일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단일 국가 기준 석유 매장량이 전 세계 1위다.
외교관 출신인 김건 의원은 “멕시코, 콜롬비아 등도 마약 문제가 있지만 베네수엘라처럼 대통령이 마약 조직과 연계돼 기소된 나라는 없다”면서도 “국력이 상당히 소모되는 작전을 해서까지 지도자를 잡아오는 수고를 한 배경에는 석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낸 김준형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원을 가져왔다는 자국 내 자랑이 중요하고, 과거 베네수엘라가 미국 기업이 투자한 석유 생산설비를 국유화한 전례가 있어 이를 다시 가져오는 ‘마가(MAGA)’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두 의원 모두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지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준형 의원은 “기본적 원칙으로 무력에 의한 해결을 반대해야 하지만 트럼피즘에 반하는 입장은 한국도 일본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 의원도 “미국 동맹국 어느 나라도 명확히 지지하지 않는 것이 입장 표명”이라며 “명확하게 유엔헌장에 대한 위배라 지지할 수 없어서 아무 얘기를 다들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건 의원은 베네수엘라가 과거 미국이 공격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다른 점으로 △지리·문화적으로 가까운 남미 △여야가 나뉜 정치 환경 △미국이 쌓은 안정화 실패 경험을 꼽았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만 데려오고 베네수엘라를 더 헤집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과거에 민주화 안정화에 실패한 경험 때문”이라며 “인적청산 뒤 새 정부를 세우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고 미국이 이번에 잘한 결정일지는 향후에 결과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이끌어온 질서를 다 붕괴시키고 각자도생 시대를 열었다”며 “한국 같은 나라에는 슬픈 현실이지만 이럴수록 경제적 기구나 인공지능(AI) 협의체 등으로 다자주의를 유지하고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