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위기일 때 버팀목은 체질 개선… 길 없으면 만든다”

현대차 회장 그룹 신년회

AI 역량 내재화 못하면 생존 못해
차·로봇 제조·데이터 가치 충분
피지컬 AI 고도화 성장 동력으로

현대차·기아 작년 727만대 판매
고관세 여파에도 美선 7.5% 증가
“올해는 우리가 우려하던 위기 요인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때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 개선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해를 맞아 ‘피지컬 AI(인공지능)’를 주축으로 한 그룹의 미래 성장 비전을 제시하며 임직원에게 당부한 말이다.

현대차가 5일 공개한 정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과의 최근 좌담회 영상을 통해서다. “제품에 고객 시각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제품 기획·개발 과정에 타협은 없었는지 등을 스스로 정직하게 돌아보고 개선한다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정 회장은 “공급 생태계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고 생태계가 건강할 때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며 협력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공개된 신년 좌담회에서 그룹 경영진들과 미래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 김 현대차 사장, 장재훈 부회장, 정 회장, 김혜인 부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현대차 제공

정 회장은 현대차의 현재 AI 역량 수준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한 뒤 AI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전사적인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됐는데,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수백조원 투자로 이 영역에서 우위를 선점해온 데 비해 우리가 확보한 역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회장이 말한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것은 실패일 수 없다’는 지론을 언급하며 “현대차그룹을 움직여온 가장 강력한 힘은 어떠한 시련에도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AI가 일으킨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AI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조직 내부의 AI 기술 내재화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로봇과 같은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 가치는 희소성을 더할 것”이라며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했다. 피지컬 AI를 현대차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진행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임직원은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기술 역량 강화’를 꼽았다. 모빌리티 업계가 AI,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등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임직원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와 관련, 장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은 현대차그룹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지금도 우리는 완성도를 지속해 높이고 있고, 다양한 차종에 SDV를 전개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R&D본부장에 취임한 만프레드 하러 사장도 SDV 페이스카의 양산 체계 구축, 개발을 앞둔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 등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연간 727만3983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24년 대비 0.6% 늘어난 수치로 현대차가 413만8180대(국내 71만2954대, 해외 342대5226대), 기아가 313만5803대(국내 54만5776대, 해외 258대4238대, 특수목적차량 5789대)였다. 현대차는 기아를 포함해 올해 750만8300대로 목표를 상향했다.

특히 미국의 고관세 여파에도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7.5% 증가한 183만6172대를 판매했다. 기존 최다 판매 기록이었던 2024년(170만8293대)을 13만대 가까이 웃도는 수치로, 3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세 장벽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를 달성한 것은 현대차의 브랜드 경쟁력이 입증된 결과”라며 “현지 생산 확대와 고객 맞춤 전략, 친환경차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