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북한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핵보유를 체제의 명운과 동일시하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한국은 비핵화 논의를 이끌 현실적 수단이 없고,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발을 빼는 현재의 상황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비핵화 언급을 피하고 있는 중국의 최근 태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되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군축 관련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뺐고, 북·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6일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했다기보다는 ‘당사자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중국은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통해 풀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 것은 그간 밝혀 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기존 원칙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주 교수는 “지금의 북한에 중국은 간절하게 의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며 “경제적 자립도가 예전보다 높아졌고, (북한에 필요한 지원의 양과 질에서) 중국이 미온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은 4월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국제정세가 확연하게 바뀌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과 가까운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으로 미·중 양국의 대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기대하기보다는 주체적인 대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보며 미국과 대화할 공간이 더 좁아졌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해 온 대북 해법의 동력이 약해지는 동시에 중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