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아니라 KES(Korea Electronics Show)인 줄 알았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식 개막한 ‘CES 2026’ 현장. 전 세계 160개국에서 날아온 혁신가들 사이에서 한국어는 이제 제2공용어처럼 들린다. 삼성, LG, 현대차 같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들이 전시장 곳곳을 점령하며 ‘K-테크’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는 치열한 생존 고민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이날 개최한 현장 간담회에서는 상을 휩쓴 기쁨과 함께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들렸다.
◆韓, 혁신상 60% 싹쓸이
올해 CES 성적표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전체 혁신상 수상기업 284개사 중 무려 168개사(59.2%)가 한국 기업이다.
특히 올해 트렌드인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머무는 AI가 아니라, 의료, 환경, 모빌리티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AI’ 기술들이 대거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허언이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한 셈이다.
◆“회장님 오셨네?” 잭팟 터진 현장
코트라가 주관한 통합한국관 참가 기업들의 표정은 밝다. 단순히 기술 자랑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돈’이 되는 투자와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친환경 소재 기업 자하케미칼의 하상욱 대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미국 소재의 한 글로벌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회장이 직접 부스로 찾아왔다. 투자 논의는 물론 미국 현지 합작공장 설립 상담까지 진행했다”며 “수출 청신호가 제대로 켜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및 친환경 기업 이지코리아 김태우 대표의 경험담도 짜릿하다. 그는 “코트라가 연결해줘서 세계적인 금융투자사 모건 스탠리와 상담을 하게 됐다”며 “우리 기술이 글로벌 스탠다드임을 입증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통합한국관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70개사가 ‘원팀 코리아’로 뭉쳤다. AI 분야(21%)를 필두로 디지털 헬스(16%), 스마트시티(11%) 등 미래 먹거리 기술들이 전 세계 바이어들의 발길을 멈춰세우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노가 너무 비싸요”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 혁신상을 받고 기술력을 인정받아도, 낯선 해외 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간담회에 모인 기업 대표들은 현장에서 겪는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놨다.
가장 큰 장벽은 ‘법’과 ‘돈’이다. 기업들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법률 문제와 해외 특허 출원 절차가 너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해마다 치솟는 전시회 참가 비용도 큰 부담”이라며 정부의 지원 사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이에 “한국 기업들이 CES 혁신상의 60%를 휩쓸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수출 바우처 사업 등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CES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부와 코트라는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열기를 국내로 이어간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6 CES AI 혁신 플라자’를 개최해 △이번 CES의 핵심 트렌드를 분석하는 디브리핑 세미나 △혁신상 수상 기업들의 쇼케이스 △대기업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연계 투자 컨설팅 등 ‘실전형’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