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또다시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꿈꿔온 ‘오천피’(코스피 5000)도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훈풍에 반도체주만 활황을 보이고 내수주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K자 성장’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AI 거품론 등 반도체주 악재가 나올 경우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원익IPS 등 국내 10대 반도체 제조사가 포함된 KRX반도체 지수는 지난해 12월16일 5656.26에서 이날 7372.28로 장을 마감하며 30.34%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정보기술 지수도 같은 기간 20.71%(2384.79→2878.75) 증가해 지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주가 모여있는 K조선 TOP10 지수도 이 기간 8.92% 증가했다.
이날도 반도체·정보기술·조선 지수가 모두 상승했고, 코스피는 전장보다 1.31(0.03%) 오른 4552.37에 장을 마치며 5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전망은 나뉜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수출은 조선과 반도체 위주로 7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주식시장의 업종별 쏠림 현상도 더욱 확대됐다”며 “K자형 경제성장 구조가 향후 일정기간 유지 가능성이 크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AI 관련 지출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주식시장의 업종별 쏠림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반도체가 이끈 국내 주식시장 훈풍이 국내 증시 전반으로의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에는 반도체로의 수급 쏠림이 완화되며 순환매와 시장 전반으로의 온기 확산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기초체력이 개선되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결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24년 0.88배에서 1.59배로, PER(주가수익비율)은 11.37배에서 17.47배로 개선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완화 추세가 확인됐다. 주주환원 문화 확산에 힘입어 자사주 소각 규모 역시 2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