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결판낸다…우크라이나 이후 달라진 항공 타격의 방식 [박수찬의 軍]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전략적 억제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사시 적 내륙 지역을 타격할 군사력을 갖춰야 전쟁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다.

 

유럽 MBDA가 만든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항공 분야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유럽에선 미식별 항공기 대응을 비롯한 공중치안유지 임무가 강조됐다. 따라서 공대공미사일 개발·도입이 활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백㎞ 떨어진 지상표적을 공격하는 것이 중시되면서 세계 각국에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에 주목하고 있다.

 

높은 정밀도와 전자전 대응 능력, 긴 사거리와 강력한 파괴력을 갖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와 군에 유사시 새로운 옵션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도 KF-21 전투기에 탑재할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을 진행중이다. 다만 2030년대 이후의 전장에선 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확산하는 공대지미사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영국산 스톰 섀도, 프랑스산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 반도와 돈바스 일대를 타격하면서 유럽 각국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확보할 채비를 하고 있다.

 

타우러스(TAURUS) KEPD 350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성능을 더욱 높인 타우러스 네오(NEO)를 만들 계획이다.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만든 타우러스 KEPD 350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로이터

독일 조달청은 지난달 타우러스 미사일 제작사인 타우러스 시스템스(독일 MBDA·스웨덴 사브 합작사)와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4년 말 독일 국방부가 타우러스 네오를 위한 신기술 개발이 포함된 기존 타우러스 미사일 현대화 계약을 맺은 것에 뒤이은 움직임이다.

 

2029년부터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유로파이터 전투기에 통합하게 된다. 독일이 확보할 수량은 최대 1000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과 스웨덴도 타우러스 네오 1000발을 구매할 계획이다.

 

타우러스 네오는 기존 타우러스의 장점인 △비행거리 500㎞ 이상 △낮은 레이더 탐지 확률 △저고도 지형추적 △철근 콘크리트 5m 이상 관통탄두 장착을 유지하면서 항법과 유도, 전자전 대응 능력 등을 높인 형태다.

 

제작사 측은 정확한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최대 600∼7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항법 체계는 기존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다. 타우러스는 관성항법장치(INS)·위성항법장치(GPS)·영상기반항법을 종합해서 GPS가 없어도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다.

 

타우러스 네오에선 러시아 등 고도의 전자전 능력을 지닌 국가의 전파방해에 대응하는 능력 강화, 표적식별 알고리즘 개선 등이 추가된다.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 날개에 타우러스 KEPD 350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된 채 전시되어 있다. 타우러스 시스템스 제공

기존 임무컴퓨터는 최근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로 교체해 복잡한 경로계획을 설정하고, 움직이는 표적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를 더욱 쉽게 한다.

 

지상의 적 방공망이 이동식 레이더·미사일 발사차량을 운용할 때, 방공망 구성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이때 비행 경로를 더욱 신속하게 바꿔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독일은 타우러스 네오를 적 통합방공망 밖에서 발사해 지하시설과 지휘소, 공군기지 등을 정밀타격하는 임무를 맡길 예정이다.

 

자국 내 생산라인을 구축해서 유럽의 장거리 타격능력을 높이면서 생산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10여년 전에 타우러스 50발을 구매했던 스페인은 타우러스 네오를 대량 구매해 전략적 타격력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다.

 

스웨덴은 그리펜 전투기에 타우러스 네오를 통합, 수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투기에서도 장거리 타격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지만, 그리펜은 공중전과 근접항공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타우러스 네오를 장착하면, 공격능력은 급상승하게 된다. 해외 시장에서의 관심도 한층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그리펜과 타우러스 네오를 한데 묶은 패키지 형태가 수출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유럽 MBDA가 개발한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편 타우러스 제작사인 타우러스 시스템스는 카솜(KASO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도 추진 중이다.

 

카솜은 타우러스보다 약 1m 짧고 500kg 정도 가볍지만, 성능은 타우러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 최고속도 마하 0.95로 400㎞ 이상을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카솜의 관통 탄두와 이중 신관은 수m 두께의 강화콘크리트를 뚫고 폭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영국과 프랑스는 스톰 섀도·스칼프 미사일의 뒤를 잇는 무기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튀르키예도 기존의 솜(SO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파생형 개발 연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룡 미사일, 성능 더 높여야

 

한국도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국산 KF-21 전투기를 만들면서 자체적인 항공무장 통합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술적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부터 진행을 하게 됐다.

 

천룡은 지난해 6월 FA-50 경공격기에서 안전 분리·비행 시험을 실시했다. 추가 개발 시험 등을 거쳐 KF-21 시제기에 탑재해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력화가 이뤄지면 KF-21 블록Ⅱ에 탑재될 계획이다.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제안하는 카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타우러스 시스템스 제공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이 체계개발을 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및 탄두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천룡의 사거리는 50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 비행과 표적 돌입은 관성항법장치(INS)·위성항법장치(GPS)·지형고도추적장치와 영상·적외선 선 탐색기 등을 사용해서 이뤄진다.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천룡이 당초 계획대로 완성될 경우 KF-21의 공격력이 향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2030년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해외 각국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동향을 감안하면, 성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관통력이다. 평야가 넓고 지하시설도 많지 않은 러시아·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선 관통력이 미사일 성능에서 최우선순위는 아니다.

국산 FA-50 시제기에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반면 북한군은 장사정포와 탄약고, 지휘시설, 격납고를 포함한 주요 군사시설을 지하 깊은 곳에 만들었다. 이를 파괴하려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관통력이 강력해야 한다.

 

한국 공군도 F-15K 전투기에서 쓰는 타우러스는 강화콘크리트를 6m까지 뚫는다. 영국·프랑스가 만든 스톰 섀도와 스칼프는 관통력이 2m가 넘는다.

 

이들 미사일은 2단계 탄두체계를 적용했다. 순항미사일은 고속으로 낙하하는 폭탄과 달리 아음속으로 날아와 낮은 각도로 지상에 충돌한다.

 

탄도미사일이나 활강유도폭탄은 탄두중량이 크면 관통력도 강해지지만, 순항미사일은 탄두증량 증가가 파괴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2단계 탄두체계다. 선행 탄두가 표적을 뚫고 터지면서 빈틈을 만들면 후속탄의 관통력이 2∼3배 증가하는 원리다. 타우러스와 스톰 섀도·스칼프는 이같은 방식을 통해 상당한 관통력을 확보했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상에 설정된 가상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천룡의 관통력은 1.5m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개발된 스톰 섀도보다도 관통력이 낮은 셈이다.

 

타우러스·스톰섀도·스칼프·천룡의 탄두중량은 큰 차이가 없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단순히 탄두중량이 크다고 해서 관통력이 대폭 증가하진 않는다. 탄두 외에도 소재·설계·전자 등의 기반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력은 반감된다.

 

미사일 케이싱(외부를 감싸는 요소)은 마모나 변형에 견디는 힘이 강한 강철인 고경도강 또는 텅스텐 카바이드로 제작한다.

 

그래야 표적에 명중했을 때 미사일의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를 전방에 집중할 수 있다. 고속 충돌 시에도 케이싱의 내구성이 충분한 수준을 유지해야 관통력도 높아진다. 금속 소재 기술 수준이 유럽 선진국 수준까지 확보되어야 천룡의 관통력도 강해지는 셈이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사일 탄두가 특정 지하 공간에서 폭발할 수 있도록 지능형 퓨즈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선 가속도계와 압력센서를 통합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법이 추가되어야 한다.

 

탄두와 미사일의 체계통합을 최적화해서 충돌 속도를 높이는 등의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이같은 작업을 마친 뒤에는 실사격 테스트를 거듭해서 세부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비행거리 연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은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다층 방공망 구성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 지대공미사일 교전거리가 늘어나면, 한국 공군의 비(非)스텔스기는 휴전선 인근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대전 이남 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 지상표적을 공격해야 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평양 이북지역까지 타격하려면, 비행거리도 타우러스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

 

국산 FA-50 시제기에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현재 세계 각국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기존보다 더 높은 정밀성과 파괴력 등을 갖춘 형태로 개발이 진행될 모양새다.

 

천룡은 최초의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지만, 현재의 선진국 기술을 추종하는 형태로는 미래전과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갖추기 어렵다.

 

천룡의 성능을 더욱 높여서 수십년 후에도 일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 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