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난임 원인 중 남성 요인이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 요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난임이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여성에게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결과가 두려워 병원 방문을 꺼리는 남성도 있습니다. 난임은 드문 일이 아니고, 누구 한 명의 책임이 아니며, 부부가 함께 노력해서 치료에 나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이태호(사진) 교수는 1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임신을 원하는 부부는 아내 혼자만 진료할 것이 아니라, 남편도 부담 없이 비뇨의학과에 내원해 상담 및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임’은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1년 이상(35세 이상은 6개월)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한국 사회의 결혼 출발선이 늦춰지면서 임신 계획과 동시에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지만, 남성 난임에 대한 인식은 아직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ㅡ최근 5년 새(2020∼2024년) 남성 난임 환자가 37% 가까이 급증했다.
ㅡ남성 난임은 어떤 검사로 진단하나.
“남성 난임 검사는 기본적으로 병력청취와 신체검사, 정액검사로 이뤄진다. 병력청취를 통해 동반 질환이나 성병, 직업·환경적 요인을 확인하고, 신체검사에서는 정계정맥류나 정자의 ‘이동 통로’인 정관의 형성 문제 등을 살핀다. 정액검사는 정자의 양과 운동성, 모양 등을 평가하며, 필요에 따라 호르몬 혈액검사나 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ㅡ남성 난임 원인과 치료 방향은.
“남성의 가임력은 단순히 한 가지 질환의 결과라기보다 개인의 생활습관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가 같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 원인은 크게 고환에서 정자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정자형성장애, 정자는 생성되지만 부고환이나 정관 폐쇄로 배출되지 못하는 정자통과장애, 정낭·전립선 문제로 나타나는 부성선기능장애, 발기부전이나 사정장애 같은 성기능장애로 나뉜다. 원인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 및 약물, 수술적 치료 등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이러한 치료에도 임신이 어렵다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같은 보조생식술을 시행할 수 있다.”
ㅡ가장 흔한 원인질환으로 정계정맥류가 꼽히는데.
“정계정맥류란 고환 주변의 정맥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상태를 말하는데, 혈관 주행의 해부학적 구조로 주로 왼쪽에서 발생한다. 정자 생성을 담당하는 고환 주변에 정체된 정맥혈로 인해 고환의 혈액순환이 떨어지고 주위 온도가 올라가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남성 전체의 약 15%에서 관찰되며, 특히 난임 문제로 내원한 환자의 약 3분의 1이 정계정맥류가 있을 정도로 남성 가임력 저하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수술현미경을 통해 늘어난 정맥혈관을 직접 치료하는 미세절제술이 가장 치료 효과가 좋다. 특히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남성도 정계정맥류 치료를 통해 정자 확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왔다. 다만 모든 정계정맥류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침을 정할 필요가 있다.”
ㅡ무정자증 환자도 임신이 가능한가.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전혀 관찰되지 않는 무정자증은 전체 남성 난임 원인의 10% 이하를 차지한다. 무정자증은 크게 고환에서 정자생성과정에 이상이 있거나(비폐쇄성), 정자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배출통로가 막히면서(폐쇄성) 무정자증으로 나뉜다. 무정자증의 40% 정도가 폐쇄성이며,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막힌 부위에 대한 개통 수술을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고환이나 부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해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에서는 고환에서도 정자 생성이 심하게 저하된 경우가 많고 수술현미경을 이용한 미세현미경적 고환조직채취술을 시도할 수 있다.”
ㅡ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제, 일부 보충제가 정자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몸 만들기’에 대한 욕심은 난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을 과다하게 투여하는 경우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뇌하수체 호르몬이 ‘남성호르몬 분비가 과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액검사에서 정자 수, 운동성과 모양 모두 저하되며 심한 경우 무정자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약을 중단하는 경우 보통 6개월 정도면 회복하지만 늦어지면 최대 2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제제의 투여를 피해야 한다.”
ㅡ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남성 난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질 좋은 정자 생성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정자 생성 및 성숙 기간을 고려할 때 최소 임신 시도 3개월 전부터 노력이 필요하다. 금연과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적절한 운동 및 적정 체중 유지가 건강한 정자 생성에 도움이 되므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남성의 생식기관인 고환은 높은 온도에 약하므로 뜨거운 사우나를 너무 오래 한다거나 꽉 끼는 바지를 입은 상태로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