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 프로젝트 첫 탈락팀 선정을 앞두고 AI 모델 ‘독자성’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외 모델을 차용하는 것을 두고 기술 종속을 피하기 위한 프로젝트 취지와 어긋난다는 의견과 모델 고도화 방안이란 의견이 맞선다. 물밑에서 참여 업체 간 검증·평가가 공유되며 경쟁도 격화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논란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는 대신 공정한 평가를 거쳐 15일까지 탈락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1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프로젝트 참여 정예팀 5곳 중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모델이 중국 모델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모델에서도 중국 모델 차용 논란이 불거졌다.
업스테이지의 경우 의혹 제기자가 “검증이 엄밀하지 못했다”고 사과한 뒤, 업계 안팎에서 “투명한 경쟁의 방증”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해외 모델 차용 지적이 잇따르면서 독자성을 평가하는 ‘프롬 스크래치(데이터 수집, 모델 설계, 학습 전 과정을 자체 수행)’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업스테이지는 중국 기업 지푸AI의 모델, SK텔레콤은 딥시크 모델의 ‘추론(인퍼런스) 코드’가 유사하단 의혹이 제기됐다. 추론 코드는 AI 모델 설계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독자성을 따질 때 보는 ‘학습 코드’와 다르다며 “업계도 프롬 스크래치 훼손 요소로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업스테이지 측도 공개 검증에서 비슷하게 밝혔고, 대규모 학습을 거쳐 고도화한 모델이 독자성을 증명한다는 게 관련 업체 설명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기술적 자립도 부족이 아닌 표준화된 고성능 모듈을 활용해 전체 모델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업계에서도 이런 방식의 설계가 표준이라고도 부연했다.
프롬 스크래치는 글로벌 AI 업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개념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독자 AI 모델을 강조하면서 부각됐다. 기술 원천을 제공한 해외 기업의 간섭이나 종속을 피해야 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AI 연구원은 “독자 기준을 모든 외부 기술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순 없다”며 “이미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는 걸 막는 게 우리 AI 모델 개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AI 모델 프로젝트 경쟁 과정에선 일부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예팀 업체 한 관계자는 “특정 논란에 대해선 정부가 판단해줘야 공정성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원천 기술 확보와 함께 최근 글로벌 협력 중요성도 강조하는 모습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논란 발생 후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5개 팀을 대상으로 전문가 평가를 거쳐 1차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6개월마다 팀 선정 평가를 진행해 내년 초 최종 두 개 팀을 뽑는다.
국가대표 팀은 세계 최고 수준 AI 모델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완수하고, ‘K-AI 모델, K-AI 기업’ 명칭을 받는다. 공공·민간 서비스 적용 시 우대하는 등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