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북 격차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교통인프라이다. 강남의 도로는 바둑판이고, 강북은 미로에 가깝다. 계획도시 강남은 슈퍼블록 형태의 넓은 격자형 가로망으로 설계돼 빠른 이동이 일상이지만, 역사와 도시 구조를 따라 형성된 강북의 좁고 비정형적인 가로망은 길 위에 선 시민의 시간을 소모시켜왔다. 도시에서 이동 편의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데, 이러한 교통인프라의 차이가 곧 강남북 격차의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도로망이 구불구불한 강북에서 그간 활용해 온 교통 해법은 주요 지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고가도로 건설이었다. 지상에서 부족한 교통인프라를 공중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강북 곳곳의 고가도로다. 그러나 소득 수준의 향상과 도시 개발 밀도 증가를 고려하면, 고가도로는 지속가능한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확장된 도시 기능들로 인해 다시 상습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기존 도로와 하천 위에 고가차도 형태로 설치된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는 이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에 버금가는 상습 정체도로가 됐다. 도시를 관통하는 거대한 고가 구조물은 홍제천과 같은 서울의 주요 지천에 콘크리트의 어둠을 드리우며, 회색 도시공간으로 고착시켰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 건설계획’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을 제공해주기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도시 공중에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를 건설하는 형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지하공간을 이용해 충분한 교통인프라를 공급해야 한다. 그 대신 지상 공간은 시민들을 위한 혁신적 공간으로 재편돼야 한다. 마드리드 M-30 도심순환도로, 도쿄 도라노몬힐스 등 서울과 경쟁하는 글로벌 도시들도 유사한 상황에서 지하공간을 활용해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확충해 왔다. 신월여의, 서부간선 등 이미 일부 지하도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서울시의 경험 역시 신뢰할 만하다.
권영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