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가담자들은 대통령 구속에 왜 법원을 습격했을까.
피고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三·無·男(30대 이하, 무직, 남성)’이었다. 현실에서 열등감은 ‘성공’을 좇고 있다고 말하게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구호로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를 약속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현실이 바뀌진 않았지만 그를 지지한다는 건 정체성이 됐다. 구속영장 발부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었다. 피고인 120명의 직업과 연령, 성별을 12일 분석했다. 지난달 12일까지 재판이 진행된 이들이다. 지난해 1월19일 새벽 서부지법 담장 너머 경내에 들어가 건물 내부까지 진입하거나 출입문과 집기 등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다수는 청년 남성… 불안정한 고용 구조
피고인 120명 중 성별은 ‘남성’(88.3%·106명), 연령은 ‘30대 이하’(54.2%·65명), 직업은 ‘무직’(26.7%·32명)이 가장 많았다. 일반적인 범죄자 특징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2024년 전체 범죄자 140만5185명 중 ‘무직이나 학생 등 직업 뚜렷하지 않은 이들’ 14.3%(20만938명), ‘남성’ 78.8%(107만4546명), 40세 이하 37.7%(52만9525명)였다.
30대 이하 남성 피고인의 직업을 살펴보면 절반가량(53.8%·35명)이 직업이 불안정하거나 없었다. 대학생과 준비생(재수생·취준생·직업훈련생) 등 무직이 43.1%(28명), 대리기사나 배달원과 같이 ‘특수고용 노동자’이거나 하루하루 계약을 맺고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15.0%(18명)였다. 법원 역시 백서에서 일반적인 고용 형태인 회사원과 자영업보다 비정규직이거나 직업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짚었다. 전문직은 6.7%(8명)에 불과했다. 의사와 약사, 행정사 등이다. 서울 한 구치소에 있는 박모(35)씨도 30대 이하 무직 남성이다.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1년으로 감형됐다.
◆그들이 尹을 지지했다고 말한 배경
피고인들은 누구도 탓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녹록지 않은 현실의 이유를 ‘불공정한 사회’에서 찾았다. 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조국 사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특권층을 응징하는 인물이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당대표와 함께 ‘이대남’의 대변인처럼 여겨졌다.
박씨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소질을 보여 고등학교 2학년 때 상경했다. 그 뒤로 많은 일을 전전했는데 지금은 “주식투자로 하루빨리 성공해서 가족 모두 풍요롭게 사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어머니 혼자 나와 형을 키웠다. 가정형편은 어려웠고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부지법까지 가게 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에게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시장경제를 존중해 기업이 잘돼야 국가가 잘산다는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모(35)씨는 남을 웃기는 게 마냥 좋았다고 한다. 20대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는 이씨는 이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자산가가 목표다. 그는 “성공에 대한 꿈이 있어서 자연스레 돈, 경제에 대한 책과 지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씨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자산가가 된다면 보수정권이 아무래도 좋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청년 세대 남성이라는 데 주목했다.
2002년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등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천착해 온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피고인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위불안이 심리적 배경에 있었을 것”이라며 “남성중심에서 여성중심으로, 기독교에서 다종교로, 단일민족에서 다민족으로 변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이해와 대화를 강조했다. “파시즘과 같은 극우를 설득한 제일 효과적인 방식은 대화 그 자체”라는 것이다. 또 “‘극우 청년’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구성하고 있는 집단과 극우화 과정, 폭력 지지 여부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유아·특수교육과·인공지능인문융합전공)는 공교육과 대화를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인간을 민주시민으로 만드는 게 공교육의 역할”이라며 “극우 청년이라 불리는 이들이 토론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괴로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년 동안 피고인 120명 중 35명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스무살 피고인도 최대 4년 뒤면 출소해 사회로 돌아온다.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고 많은 것을 잃는 일은 없었을 텐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김 전문의는 지난해 6월 출간한 책 ‘극우청년의 심리적 탄생’에서 이렇게 썼다. “그들의 행동에 공감이나 동의를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들과 선을 그으며 단절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비록 공감이나 동의는 어렵지만 그 과정, 경로, 경험의 속세계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것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 이해가 한편으로 변화의 출발이자 실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