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셰프가 요리를 선택한 계기는 비교적 단순했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 TV 속에서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이 유독 인상 깊게 다가왔다.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그 장면은 어느새 그의 진로가 되었다. 막연한 동경은 곧 구체적인 선택으로 이어졌고, 그는 요리학원에서 기본기를 쌓으며 전문적인 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가 처음 발을 디딘 곳은 프렌치 레스토랑 라빌드팡이다. 프렌치 요리는 그에게 낯설었지만, 동시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계였다. 체계적인 조리법, 엄격한 기준, 빠른 속도감 등 이상으로만 그려왔던 주방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함께 일했던 박민선 셰프의 존재가 컸다.
비노 파라다이스 한남은 프렌치 기반의 요리를 중심으로, 와인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다이닝 공간이다. 정식 코스부터 타르트, 샤퀴테리, 디저트까지 메뉴의 폭이 넓어 목적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식사가 가능하다. 약 350종에 이르는 와인 리스트는 이 공간의 중심이자 가장 큰 강점이다. 와인을 주력으로 하는 레스토랑 중에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와인을 보다 일상적인 즐거움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곳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비노 파라다이스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화이트 라구 파스타이다. 하루 동안 천천히 끓여 깊은 풍미를 끌어낸 화이트 라구 소스에 탈리아텔레를 더한 파스타는 오픈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메뉴다. 진하지만 무겁지 않고, 한 접시를 끝까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 특징이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트러플 타르트이다. 버섯볶음, 버섯 퓌레, 버섯 피클, 트러플을 조화롭게 구성해 한입에 깊은 향과 맛을 전달한다. 가볍게 시작하는 메뉴로도, 와인을 곁들이는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오리 가슴살을 저온 조리한 메뉴도 고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철학은 분명하다. 그는 주방이 단순히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즐겁게 일하는 주방’이 그의 신념으로, 이는 팀원들 간의 분위기와 작업의 리듬, 그리고 요리의 완성도까지 연결된다고 믿는다. 좋은 에너지는 결국 접시에 담기고, 그 접시는 손님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크고 거창하지 않다. 지금 주어진 환경 속에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스스로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려 한다. 올해보다 더 나은 셰프가 되는 일을 매년 반복해 나가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스트레스는 대부분 잠으로 해소하고, 필요할 때는 운동이나 게임으로 마음을 정리한다. 요리는 여전히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배울 것이 끝이 없기에 멈출 수 없는 분야라고 그는 말한다. 완성된 요리를 손님들이 즐겁게 맛보는 순간, 그동안의 과정은 모두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있기에 그는 오늘도 다시 주방에 선다. 최 셰프에게 요리는 가장 어렵지만, 여전히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