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팬데믹 6년 안에 올 수도”… 정부, 200일 만에 ‘국산 백신’ 찍어낸다

병상 관리 2027년 전면 일원화…국가 표준 노쇠 예방 매뉴얼 마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복지부 산하기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사스(SARS),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대형 감염병은 지난 20여 년간 약 4~6년 주기로 찾아왔다. 전문가들은 이제 “다음 팬데믹(Pandemic)이 올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가 새로운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이른바 ‘K-방역 2.0’ 설계도를 공개했다.

 

질병관리청은 14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앞두고 차기 팬데믹 대비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속도'와 '자립'으로 그동안 해외 수입에 의존하느라 수급 불안정을 겪었던 백신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한 백신 신속 개발 플랫폼 구축이다.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늦어도 200일 이내에 국산 백신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예방접종(NIP) 백신의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대폭 끌어올려 '백신 주권'을 확립할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감염병 위기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전국적 대유행인 ‘팬데믹형(1형)’과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국한된 ‘제한적 전파형(2형)’으로 구분해 맞춤형 경보와 대응 기구를 가동한다.

 

특히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부처 간 칸막이도 허문다. 현재 질병청과 복지부로 나뉘어 있는 병상 관리 주체를 2027년까지 하나로 합친다. 위기 시 병상 배정이나 환자 이송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이다. 올해 안으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한 '공중보건 사회 대응 매뉴얼'도 새롭게 제정된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발생률이 높은 결핵을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구 10만 명당 10명 이하)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한 '침묵의 살인자' 항생제 내성 관리도 강화된다. 의료기관이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관리 체계(ASP)를 기존 대형병원 중심에서 중소병원까지 확대한다. 또한, C형 간염 확진 검사 지원을 종합병원급까지 넓혀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 중장년층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부분은 '노쇠 예방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최초로 시도별, 시군구별 노쇠 현황을 파악하는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늙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국가 표준 노쇠 예방 매뉴얼을 마련해 지자체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후 변화에 따른 건강 영향 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원인 미상의 집단 발병 사례를 역학 조사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 방역 체계도 구축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계획을 통해 "어떤 감염병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