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의 필수 고정비 중 하나인 자동차 보험료가 결국 고개를 들었다. 지난 4년간 이어진 ‘인하 행진’을 멈추고 5년 만에 다시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다음 달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일제히 올리기로 확정했다. 인상률은 1.3~1.4% 수준이다.
가장 먼저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곳은 삼성화재다. 다음 달 11일부터 보험료를 1.4% 인상한다. 이어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2월 16일부터 각각 1.3%, 1.4%씩 올리고, KB손해보험(18일)과 메리츠화재(21일)도 차례로 대열에 합류한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5개사가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운전자가 인상 영향을 받게 됐다. 연간 평균 자동차 보험료가 70만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운전자 1인당 약 9000원에서 1만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5년 만에 인상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한마디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적자가 시작된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형 4개사의 손해율은 92.1%까지 치솟았다. 100만 원 받아서 92만 원을 보험금으로 줬다는 뜻인데, 여기에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비까지 더하면 사실상 팔수록 손해인 구조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급격한 악화는 비용의 급상승 때문이다.
물가 상승 여파로 자동차 부품비와 정비 공임비가 해마다 2~3%씩 올랐고 연말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한 사고 건수가 급증하며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었다.
또한 지난 2022년부터 상생금융 차원에서 4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해왔던 것이 보험사들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당초 손보사들은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최소 2.5%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인상 폭이 1%대 초반으로 조정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비 수가 인상과 기상이변으로 손해율이 임계치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나, 고물가 시대 가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