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거래일 내리 올라 1470원선 복귀 개입·규제 등 방어대책 약효 다해 미봉책 대신 구조개혁에 집중하길
코스피, 4,700선 문턱서 마감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67.85포인트(1.47%) 오른 4,692.64에 장을 끝냈다. 2026.1.13 cityboy@yna.co.kr/2026-01-13 16:18:02/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의 총력대응에도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9거래일 내리 오르며 달러당 147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국민연금 투입·규제 완화·세제지원에 이어 대규모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약효는 오래 가지 못했다. 백약이 무효다. 알토란 같은 외환보유액만 까먹었다. 올해 환율이 1500, 1600원도 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한국 돈이 휴지 조각 된다’는 괴담까지 나돈다니 걱정이 크다.
최근 원화 약세는 새해 들어 대내외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이란 시위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탓에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일본 엔화도 급락세를 빚었다. 가뜩이나 개인·기업의 해외투자로 달러 가뭄에 시달려온 외환시장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장가치가 1조달러에 육박하는 스페이스X와 오픈AI 등 미국 초대형 기업의 상장예고도 ‘서학개미’ 자금을 빨아들여 원화 약세를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 국내복귀 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당근을 제시해도 개인투자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올 들어 12일까지 미국 주식 23억6739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하며 거꾸로 갔다. 외환 당국이 환율을 억지로 끌어내리자 서학 개미들은 달러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도 최근 일주일 사이 1조원 이상 불어났다. 기업들 역시 환차손을 걱정해 수출대금의 원화 환전을 꺼린다. 어제 관세청이 1138개 기업을 상대로 불법·편법 외환거래 단속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코스피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미 금리와 성장률 역전이 오래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자본이탈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환율은 우리 경제의 실력이 응축된 결과다. 자본이 탈출하고 화폐가치가 추락하는 경제는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근본 해법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체질을 확 바꾸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는 돈 풀기를 자제하고 규제 혁신과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외환방파제를 높게 쌓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늘리고 통화스와프 협정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환율 급변동 등에 대응한 시장개입은 불가피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은행과 기업의 팔을 비트는 ‘관치’는 자제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