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의 통풍(痛風)은 ‘통증계의 왕’으로 불린다. 이 질환은 음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서 남성에게는 소주, 여성은 맥주가 통풍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강미라·김경아 교수와 홍성준 박사, 강북삼성병원 안중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량이 같더라도 성별과 술의 종류, 음주 방식 등에 따라 혈청 요산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통풍은 대사산물인 ‘요산’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고기나 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체내에서 대사된 뒤 남은 찌꺼기다.
특히 음주는 요산 배출을 막고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의 연구는 서구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아 한국인의 음주·식사 문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형 음주 패턴을 반영한 분석을 시도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 성인 1만70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우선 대상자들의 알코올 섭취량과 음주 유형을 6단계로 구분하고, 혈액 내 요산 수치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1표준잔은 맥주(4.5도) 220㎖, 소주(20도) 50㎖, 와인(12도) 85㎖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소주와 맥주, 와인 모두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혈중 요산 수치가 상승했다.
다만, 요산 증가와 더 강하게 연관된 술의 종류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성의 경우 소주가 요산 수치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하루 소주 0.5잔 수준의 비교적 적은 양을 마셔도 요산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성은 맥주를 마셨을 때 다른 주종보다 요산 수치가 더 크게 상승했다.
특히 소주와 맥주 등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이른바 ‘폭탄주’는 남녀 모두에서 요산 수치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맥주와 소주는 와인에 비해 1회 음주 시 소비량이 많은 경향이 있어 요산 상승에 미치는 양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요산 관리를 위해서는 술의 종류뿐 아니라 1회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술의 종류뿐 아니라 술과 함께 곁들이는 안주도 요산 수치에 영향을 미쳤다.
남성은 주로 소주나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사람일수록, 여성은 맥주를 즐겨 마실수록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었다.
고단백 음식은 체내에서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술과 함께 섭취할 경우 통풍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비만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정상 체중(BMI 25㎏/㎡ 미만)인 사람은 음주 조절만으로도 요산 수치 개선에 뚜렷한 효과가 있었으나,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군에서는 비만 자체의 요산 상승 효과가 커 금주로 인한 요산 수치 조절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는 비만일 경우 술을 끊는 것만으로는 요산 조절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안중경 교수는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무조건 금주를 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어떤 술과 어떤 음식 조합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인 생활습관 교정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미라 교수도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은 고요산혈증이 있는 비만 환자는 체중 조절과 음주 습관 개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