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나라현 호류지(法隆寺)는 한·일 문화 교류를 상징하는 곳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목조 건축군이 있는 사찰로 고대 한·일 불교건축·예술의 정수를 간직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한국의 중장년층은 이곳 금당벽화를 고구려 승려 담징(曇徵)이 ‘그렸다’고 배웠다. 교과서 등에 수록된 화려한 색채의 불화 사진은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사실 담징의 금당벽화 제작은 사료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지금은 사실(史實)이 아니라 ‘그렸다고 전해진다’는 전언(傳言) 형태로 배운다고 한다. 일본의 고대 역사서인 ‘일본서기(日本書紀)’ 610년 기사에 담징이 채색과 종이·먹 제작에 능했다고 나오는 만큼 금당벽화 제작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금당 안에 있는 청동석가삼존상은 백제에서 건너간 도래인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호류지엔 백제관음도 있다. 이 또한 도래인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조 불상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정치가 앙드레 말로가 일본이 침몰해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택하겠다던 걸작이다. 1997년 프랑스와 일본이 대표적 국보 1점씩을 교환 전시했을 때 선택된 국보 중 국보.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되면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탑인 호류지 오중탑(五重塔)은 충남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형태가 유사해 양국 문화교류의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호류지를 방문해 오중탑 앞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손을 꼭 잡았다. 석별의 악수를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일본 매체는 두 사람의 호류지 동행에 대해 “양국의 역사적 교류를 상징하는 명소에서 정상끼리의 친목을 심화했다”면서 한·일 우호를 바라는 일본 시민 목소리를 전했다. 셔틀 외교 원칙에 따라 다음은 다카이치 총리의 방한 차례다. 이때도 서울이 아니라 우호의 역사를 보여줄 지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으면 한다. 한·일 정상이 과거사나 현안에도 파열음 없이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동북아 정세가 격동하는 시절, 양국이 우호의 정신으로 함께 헤쳐나아가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