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부터 우리나라 극우 현상을 분석해 온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학 교수(정치학)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전 세계 양극화 흐름 속에서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1년 미국 ‘1·6 의사당 점거 사태’와 비슷하다고 짚었다.
남 교수는 13일 “세계적으로 양극화에 치닫는 정치 상황”이라며 “정체성 정치에 기반한 다양한 팬덤 정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특히 ‘극우’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지금 소수에 해당할지라도 그들의 실체를 이해하고 개념을 정립해야 비슷한 징후가 있을 때 대응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남 교수가 정의한 극우 양태는 세 가지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극우 세력이 법원과 의회를 향한 폭력으로 치달은 데는 한·미 간 명확한 공통점이 있었다.
‘오케이’ 신호를 준 권위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1월6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이다. 꼭 참석하라, 격렬할 것이다”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배후로 지목돼 구속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집회 현장 대형 화면에 서부지법 주소를 띄우며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야 됩니다”라고 했다.
권위자의 신호로 가담자들이 대담해졌다는 게 남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두 사태 모두 얼굴을 가리거나 카메라를 끄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증거를 남겼다”며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개별 피고인들이 책임져야 하지만, 권위 있는 사람들의 용인 없이는 이렇게 과감하게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동한 사람들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미국 사례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사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실패한 듯 보였지만 결국 지난해 대통령에 복귀했다. 남 교수는 “의회 점거가 사실상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부지법 사태 이후 정부의 과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더 큰 반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과 함께 극우가 생겨난 조건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의 반작용 이면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석했다. 젊은 세대가 너무 힘들고 가진 게 없고,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극우 세력의 정치적 고립을 풀어주는 동시에 경제적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극우가 정치의 장에 나와 토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들어줘야 한다. 같이 살아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의 근본은 꼴 보기 싫어도 같이 사는 것이다. 극우가 햇볕 아래서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이예림·소진영·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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