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무인기 사과’ 둘러싼 혼선, 정부 일관된 목소리 필요

北 "韓, 작년 9월과 4일에 또 무인기 도발…대가 각오해야"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작년 9월과 지난 4일에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된 한국 무인기. 2026.1.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2026-01-10 07:17:55/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새해 들어서도 이재명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대북 노선 엇박자가 지속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무인기 침범’을 주장하며 사과 요구를 한 데 대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사과 표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바라는 의도는 십분 이해되나, 그렇다고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부 차원의 사과를 거론한 것은 성급했다.

정 장관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는 사과 유감 표명을 했듯”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까지 제시한 것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당시 북한의 사과는 북한군이 서해 공무원을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북한으로 넘어간 민간 추정 무인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가뜩이나 북 무인기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저자세 대응 논란이 작지 않은 마당에 성급한 사과 입장 표명은 지나친 대북 저자세라는 부정적 여론만 키울 수 있다. 이런 자세는 남북관계 전반에서 북한의 공세적 구도를 고착화할 우려도 있다.



정 장관의 발언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무인기는) 누가 어떻게 한 것인지 파악이 되고, 그다음 대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과를 전제로 일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자주파’와 한·미동맹 기반의 현실론에 터 잡은 ‘동맹파’ 간 이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북한 무인기 사과 요구를 놓고서도 이견이 표출된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율되지 않은 대북 메시지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대외 신뢰를 흠집 낸다. 자칫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한·미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 이행 방안과 대북 정책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협의가 외교부와 통일부 간 기싸움으로 ‘반쪽짜리’가 된 게 엊그제다. 정 장관과 위 실장은 ‘남북 두국가론’을 놓고도 다른 입장을 내놔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정부는 이러한 대북 정책 엇박자를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안보 사안은 이견이 있더라도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대외적으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신중하고 일관된 정부 대북 정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