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 풀어서 환율 올랐다고?”… 이창용 총재의 ‘작심 발언’

한은 총재 “취임 후 3년간 가계부채 관리 주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준비해 온 그래프를 좀 보자. 사실 확인도 없이 한은이 돈을 풀어 환율이 올랐다고 하는데, 정말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묶어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최근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치솟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미리 준비한 도표를 제시하며 “취임 후 3년 동안 가장 신경 쓴 것이 가계부채를 줄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 통화량(M2) 증가율은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며, 한은이 돈을 풀어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미국보다 경제 규모 대비 통화량이 많아 위험하다는 주장도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근거 없는 비판이 너무 많아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총재는 최근의 환율 급등 원인을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환율 상승의 약 75%는 달러 강세나 중동 사태 같은 외부 요인이지만, 나머지 25%는 우리나라 내부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목된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열풍이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등으로 자금을 빼내는 속도가 역대급”이라며 “환율이 일정 수준 내려가면 다시 달러를 사들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투자자의 합리적인 선택일 뿐 특정 집단을 탓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 ‘환율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지금보다 2%포인트는 더 올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게 되는데, 환율 하나 때문에 무리한 금리 인상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은 금통위는 이날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물가와 환율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빼고 전 세계에서 AI 산업 능력을 갖춘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 있느냐”며 반도체와 IT 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환율이 요동치고 경제가 어렵다는 우려가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밝고 수출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통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간담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