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주요 자치단체장과 정치권 등에서 전주·완주 행정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던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전국 주요 지자체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북만 통합 기조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5일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전주 통합은 전북 생존의 분기점”이라며 완주군의회와 군민을 향해 통합 논의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 김 지사는 “그간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지금은 (전주·완주 통합이) 전북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 절박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발언은 이달 안으로 두 지자체가 통합에 합의할 경우, 2월 특별법 제정을 거쳐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정부의 국정 기조는 ‘통합을 통한 확장’이며, 재정 지원과 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 특전이 과거보다 훨씬 파격적으로 확대됐다”며 “광주·전남, 대전·충남도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권역별 행정 통합을 지방 주도 성장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며, 재정 특례와 제도적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 대전·충남을 비롯해 부산·경남 등에서도 통합 논의가 재가동되고 있다.
김 지사는 전주·완주 통합 특례시 출범 시 기대 효과로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성 확대와 피지컬 인공지능(AI) 선도 도시 조성을 제시했다. 그는 “통합은 완주의 정체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전북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선택”이라며 “완주의 이름과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것이 통합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추진 방식과 관련해서는 주민투표 대신 군의회 의결을 통한 절차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지사는 “행정안전부 장관 권고에 따라 군의회 의결 방식도 가능하다”며 “이달 안으로 완주군의회가 통합 안건을 가결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도 통합 논의에 힘을 보탰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우리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국가가 주는 통합 인센티브 재원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완주·전주 상생발전 105개 방안을 특별법에 명문화해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전북이 전국 통합 흐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진보당 전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강성희 전 국회의원과 순창군수 출마자 오은미 도의원은 15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추진 과정에서 전북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전남은 통합을 통해 전례 없는 재정 특례와 대규모 국가 지원을 약속받고 있지만, 전북은 특별자치도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 전략 산업은 없다”며 “이대로라면 전북은 ‘내륙의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 대통합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며 정부와 전북 정치권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처럼 전북 지역과 정치권에서는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지방선거 전 ‘골든타임’을 넘길 경우 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완주 지역에서는 여전히 군수와 군의원들을 포함한 상당수 주민들이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완주전주통합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는 최근 완주군청과 전북도의회 등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의 전주·완주 통합 논의 종결과 김관영 지사의 사과, 통합 시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김 지사의 완주군 방문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결국 전주·완주 행정통합은 전국적 통합 흐름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기조 속에서도, 그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완주 지역의 선택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