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부딪힌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출석률만 반영…교원단체 “현장 무시 결정” [정책돋보기]

도입 후 학교 현장에서 부담 호소가 이어지던 고교학점제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일부 개편을 결정했지만, 교원 단체들은 “현장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곧바로 반발했다.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3개 교원 단체는 전날(15일) 국가교육위원회가 확정한 고교학점제 개편안에 대해 논평을 통해 “학점 이수 기준 학업성취율 반영은 학교현장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교육위원회 6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국교위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4차 회의에서 고교학점제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 및 변경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국교위는 이번 개정안 중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의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 중 고교학점제 기준에 대해 “출석률, 학업 성취율 중 하나 이상을 반영하되 교육활동 및 학습자 특성을 고려해 설정한다”고 규정했다. 국교위는 고교학점제 이수 기준으로 공통과목에선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을,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반영하도록 교육부에 권고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이번 개편안은 현장에서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한 끝에 결정됐다. 고교학점제는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시작으로 전면 도입됐다. 과목에 선택권을 주고, 학업성취율을 평가하는 게 골자였다. 학생은 선택한 과목에 3분의 2 이상 출석해야 하고, 학업성취율은 40% 이상을 함께 달성해야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결과 실제 교육 환경에서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슈페이퍼 ‘고교학점제 본격 적용 첫 해 학교 교육과정 편제 경향’에 따르면 평균 제공 과목 수에서 전체 학교 평균은 82.05개였다. 문제는 지역별 편차다. 대도시 학교 평균이 86.08개인데 반해 중소도시는 77.64개, 읍면지역은 81.65개였다. 중복 편성 과목을 제외하면 대도시(70.23개) 중소도시(67.19개) 읍면지역(60.25개)으로 대도시와 읍면지역 간 격차가 10개 가까이 차이 났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제64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의 부담도 컸다. 지난해 11월 교사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 단체가 진행한 교사 4060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관련 각 항목에서 80% 이상 교사들이 부정적 답변을 남겼다. 특히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와 미이수제 폐지에는 90.9%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

 

선택과목에 한해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교원단체들은 이에 대해 “도입 당시 평가 왜곡과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실효성에 대한 현장 우려에도 교육당국은 이수 기준에 반영했다”며 “시행 이후 현장에선 유급 우려가 증가했고,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어려움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학생들은 입시에 유리하거나 이수가 쉬운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교육부는 정책 매몰 비용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논리적 접근이 아닌 땜질식처방에 불과한 미봉책과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들은 개정안에 대해 “학업성취율로 졸업 여부를 판단하면 저성취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이 실제로 어려워질 수 있다. 누적 학습 결손에 대한 체계적 접근∙지원 없이 이상적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학교 현실을 고려하면 학점 이수 기준은 출석률로 설정하고 기초학력 문제는 별도의 실효성 있는 체계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이관할 수 없다면 현장교사들의 업무량 폭증과 평가 왜곡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시수 감축은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실질적 운영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라도 공통과목 이수기준에 학업성취율을 반영하는 것은 유예했어야 했다. 학업성취율로 교사와 학생들을 압박하는 행정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기는 책임 전가이며, 국교위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고교교육 발전자문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해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도록 학교 현장에 남아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며 “교육부는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자기 적성을 찾고,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은 올해 1학기부터 바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