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가족 거주형 평수 맨션의 경우 월세가 가처분소득의 40%를 웃돌아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앳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도쿄 23구 내 50∼70㎡ 크기 맨션의 평균 월세는 전년 동월 대비 10.0% 오른 25만1446엔(약 234만원)이었다. 상승률은 후쿠오카시 11.0%에 이은 2위이지만, 월세 가격은 후쿠오카 12만9611엔(120만원)의 거의 2배에 달했다.
도쿄는 18개월 전부터 30㎡ 이내 독신 거주형 월세가 최고치를 찍기 시작한 데 이어 5개월 전부터는 전 면적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도쿄도와 함께 수도권을 이루고 있는 3개 현인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 역시 전 면적의 신규 모집 월세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가구주가 근로자인 2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도쿄의 월세 부담율을 계산했더니 45.5%에 달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과거 10년간 35∼40% 사이를 오가다 지난해 들어 가파른 우상향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구인난·고물가 영향으로 임금이 인상된 데 힘입어 전국적으로는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도쿄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일본에서는 월세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편이다. 세입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법률이 정착돼 있어 계약을 갱신할 때에도 집주인이 월세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세입자가 월세 인상에 동의하지 않고 기존 월세를 내면서 계속 살아도 계약을 해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따라서 원래 살던 사람이 방을 뺀 후 세입자를 구할 때 월세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도쿄 월세가 오르는 것은 맨션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도쿄도 내에서는 ‘일급지’가 아니더라도 신축·구축 맨션 모두 1억엔(9억3000만원)을 넘는 ‘억션’(1억엔+맨션)이 드물지 않게 된 가운데 대출 금리·건설 자재비·인건비·수선유지비 상승분이 모두 월세에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가구가 늘면서 임차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월세 인상 이유로 꼽힌다.
신문은 “월세 부담은 가처분소득의 25∼30%가 기준인데, 40%가 넘어가 버리면 도쿄도 내에서 새로 월세집을 구하기는 어려워진다”며 “엔화 약세와 에너지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었는데, 월세가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