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 출마 때부터 내세운 핵심 공약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를 재추진하기 위해 당헌을 개정하기로 최고위원회가 의결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에서 1인1표제 도입 시점을 놓고 새 지도부 내 파열음이 났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더 좋은 개정안을 만들기 위한 의견 제시 과정이고 결과는 ‘만장일치’ 의결이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최고위, ‘정청래발’ 1인1표제 의견 갈려
민주당은 16일 최고위를 열고 1인1표제 도입을 위해 당헌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최고위원으로 있던 전임 지도부 시절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한 번 좌초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당대표 몫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전략지역 인사를 우선 지명 △전략지역 당원 투표에 가중치 부여 등의 보완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른바 비(非)청(비정청래)계에서 이날도 문제 제기가 지속됐다고 전해진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이 사안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자 강득구 최고위원도 “정 대표 출마가 기정사실화돼 있는데 다음 전당대회부터 1인1표제를 적용해도 되는가”라며 “이해충돌 아닌가”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최고위원은 ‘당원 여론조사 때 본인(정 대표)에게 바로 적용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해 연말 1인1표제를 추진할 때에도 반대한 바 있으며 강 최고위원은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가깝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두 최고위원 의견에 동조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제가 (다음 전당대회에) 나올지 안 나올지 어떻게 아느냐”며 “이것은 마치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주장한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번에 당신들이 나오니 직선제를 하자는 것이냐’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로 꼽히는 문정복 최고위원도 “일어나지도 않은 사안(당대표 연임)을 가정해서 여론조사에 넣는 건 너무 우스운 것 아니냐”며 1인1표제로 개정안 의결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더했다. 조승래 사무총장 역시 “계속 준비해왔고 오늘 처리하는 게 맞다”고 이날 개정안 처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의견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수석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 1인 1표 당헌개정안 의결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의 보완 의견 발언이 있었고 더 좋은 개정안을 만들기 위한 의견 제시 과정”이라며 “결과는 만장일치 의결이었고 한 원내대표가 ‘찬반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청래 ‘판정승’인 새 지도부, 결국 도입 성공할까
지난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로 당선된 세 최고위원 중 강 최고위원을 제외한 문 최고위원과 이성윤 최고위원은 친청계로 꼽힌다. 모두가 1인1표제 도입 자체에는 찬성해도, 도입 시점과 논의 주체 등 구체적 방안을 놓고 친청 대 비청 최고위원 간 입장이 갈리는 데에는 1인1표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배경이 있다.
1인1표제 핵심은 당대표·최고위원 선거를 치르는 전당대회에 적용하던 대의원 가중치를 없애고 모든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행 민주당 당헌상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1표의 20배로 친다. 모든 표가 동일한 가치로 계산되면 당 활동을 오래한 대의원 영향력은 줄고 인원이 많고 강성 주장을 하는 지지층 입김은 더 세질 가능성이 높다. 대의원 입장에서는 전당대회에서 국회·지방의원, 지자체장, 당직자 등 ‘오랜 기간 당에 헌신하고 당비를 내온 사람’과 ‘권리당원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당비를 내온 사람’의 표가 같아진다고 주장한다.
더군다나 정 대표가 오는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관련 규칙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 대표의 연임 준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 대표가 당원에게 인기가 많은 데다 정 대표 당무 방식에 불만을 가진 의원 등이 있어 미리 자신이 연임하는 데 유리하도록 ‘규칙 정비’에 나선 것 아니느냐는 의구심이다. 이날 일부 최고위원이 제시한 보완의견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로 선출될 때도 권리당원 표가 크게 작용했다.
민주당은 1인1표제는 수년 전부터 거론된 방침이고, 정 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은 과도한 추측이라고 반박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당원 1인1표제는 당대표 공약이고 공약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당헌 개정은) 당대표가 할 일이지 연임이라는 추측을 동원하는 것은 자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발언에 앞서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도 “1인1표제는 민주당의 오랜 방향이자 당원 요구사항”이라며 “부결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재 모든 잡음에도 ‘모든 표를 동일한 가치로 본다’는 1인1표제 도입을 막을 명분이 분명하지 않다.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민주당 당헌 개정은 19일 당무위원회, 22∼24일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거쳐 다음달 2∼3일 중앙위원회 투표 등으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