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권좌 지키는 ‘김일성 친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아프리카 우간다는 1962년 10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했다. 당시는 체제 경쟁에 혈안이 된 남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의 지지라도 더 얻으려고 외교력을 총동원하던 때였다. 독립 이듬해인 1963년 3월 우간다가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것도 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1963년에 한국의 경제 사정이 어땠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런데도 저 멀리 아프리카 국가에 대사관을 세웠으니 참으로 대단한 공을 들인 셈이다. 1986년 1월 쿠데타로 집권한 요웨리 무세베니(81) 대통령 취임 이후 우간다는 급격하게 친(親)북한 노선으로 기울었다. 1994년 한국의 주(駐)우간다 공관 폐쇄 조치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1986년 1월부터 40년 이상 집권 중이다. AFP연합뉴스

우간다 대사관이 없어진 뒤 꽤 오랫동안 인근의 케냐 대사가 우간다 대사를 겸임했다. 1995년 5월 당시 주케냐 대사이던 권순대(훗날 주인도 대사 역임) 대사는 겸임국인 우간다에 신임장을 제정하러 갔다가 겪은 흥미로운 일화를 회고록에 적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한국어를 곧잘 하길래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북한 김일성 주석에게 배웠으며 김 주석은 내 친구”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7년 4월, 1990년 5월, 1992년 4월 세 차례나 북한에 가서 김일성과 만났다. 외국 정상의 방문이 드문 북한에선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김일성 친구’를 자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명박(MB)정부 시절인 2011년 주우간다 한국 대사관이 다시 개설됐다. 우간다는 광물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한 나라인 만큼 MB가 주창한 ‘자원 외교’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우간다가 친북 일변도 노선에서 벗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5월 무세베니 대통령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에 대한 답례로 2016년 5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간다를 방문했다. 당시에 이미 무세베니 대통령은 장기 집권으로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란 비판을 듣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우간다행(行)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다만 우간다가 한국과 가까워지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북한은 2023년 10월 거의 6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주우간다 공관을 전격 폐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실시된 우간다 대선 결과가 발표된 17일 무장한 군인들이 수도 캄팔라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요웨리 무세베니 현 대통령이 7선에 성공하며 오는 2031년까지 5년 임기를 더 보장받았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실시된 우간다 대선에서 무세베니 대통령이 또 당선됐다. 1996년 처음 시행된 대통령 직선제에 따라 임기 5년의 대통령으로 뽑힌 이래 7선(選)에 해당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1986년 1월부터 계산하면 무려 40년간 권좌를 지켜왔고, 여기에 향후 5년 임기를 더 보장받은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국민의 인터넷 접속 차단, 야당 후보에 대한 공격, 야권 지지 시위대를 겨냥한 발포 등 부정 행위가 저질러졌다. 80대를 넘긴 고령인데도 “죽거나 병들지 않는 한 권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장담했다는 후문이다. ‘김일성 친구’를 자처하더니 김일성(1912∼1994)에게 ‘독재’와 ‘장수’ 비법까지 나란히 전수받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