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관리 못한 네 탓?” 딥페이크 남대생 20% “성적 욕구 때문에”

남학생 42%는 남의 일처럼 방관… 피해자 96% 여성인데 인식 격차 심각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그 이면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깊고 어둡다. 특히 대학가 내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남녀 대학생 사이의 인식 격차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히 ‘장난’이라 치부하기엔 범죄의 문턱을 넘나드는 위험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대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제작 경험이 있는 남학생 10명 중 2명꼴로 ‘성적 욕구 충족’이나 ‘상대방 괴롭힘’을 목적으로 기술을 활용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남학생 응답자의 12.2%가 성적 욕구를 8.4%가 괴롭힘을 제작 이유로 꼽았다. 이는 여성 응답자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범죄를 바라보는 ‘감수성의 온도 차’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여학생의 72.1%가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남학생은 절반 수준인 52.9%에 그쳤다.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느끼는 감정 역시 평행선을 달린다. 여학생 대다수가 불안과 분노를 느끼며 이를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남학생의 42.7%는 “놀랍지만 내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의 96% 이상이 여성인 현실에서 남성들에게 딥페이크 성범죄는 ‘남의 일’ 혹은 ‘강 건너 불’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의 부재는 자칫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남학생의 13.6%는 “사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당사자”를 꼽았고 22.5%는 플랫폼의 책임을 물었다. 가해자의 잘못만큼이나 피해자의 부주의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는 젠더 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자기 관리 실패로 치환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보고서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남학생들에게는 ‘타자화된 사건’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와 수사 당국은 이러한 인식 격차와 별개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며 엄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물은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제작 자체만으로 처벌받으며 단순히 이를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행위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딥페이크를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전문가들은 만약 자신이나 지인이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증거를 확보하고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해 영상이 게시된 화면 캡처와 URL을 저장한 뒤 경찰청(112)이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 신고하면 영상 삭제와 차단 지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