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붙어 있는 삶은 거부한다... 320만명이 택한 ‘이 결정’

약 320만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70대가 가장 많아...여성이 남성 2배 달해

#1. 60대 남성 A씨는 최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80대 어머니가 쓰러진 이후 병세가 급격히악화돼 기도 삽관을 했지만, 회복 가능성 없이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연명치료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아픔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 B씨는 우연히 부모님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생명 연장보다는 편안한 마무리를 원하신다는 게 이유였다. B씨 역시 부모님을 보면서 자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최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마쳤다.

 

19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300만명을 넘어섰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국민이 320만명을 넘었다. 고령화 진행과 함께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삶의 마무리를 주체적으로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19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본인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지난해 12월 기준 320만1958명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가 124만60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5~69세 56만3863명, 80세 이상 56만 3655명 등으로 65세 이상 총 237만 3565명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107만9173명, 여성은 212만2785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약 2배에 달한다.

 

등록자 증가세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 8만6000여 명에 불과했던 등록자는 2021년 8월 100만명, 2023년 10월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20만여 명이 추가로 등록하며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연명의료중단결정 등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19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전국 지정 등록기관을 찾아 설명을 들은 후 서명할 수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등록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등록 기관은 800곳을 돌파했다.

 

건강한 성인이 미리 작성하는 의향서와 달리,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담당 의사와 함께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도 지난해 말 기준 18만 5952명에 달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전의향서나 계획서, 또는 환자 가족의 전원 합의 등을 통해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한 사례는 총 47만 8378건으로 확인됐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존엄한 마무리’ 문화가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취약계층, 장애인, 다양한 언어권 이용자 등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