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유족 1심 판결문 공개… “특검 통해 밝혀져야”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유족 측이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문 일부를 공개하며 1심 판결과 검찰의 ‘반쪽 항소’를 비판했다.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와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1심 판결문을 일부 공개했다. 이씨는 “국가정보원의 감청에서 ‘살아는 있으나 눈 밑이 검게 변하고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통신 감청을 했음에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건 누구를 위해 국정원의 대북 첩보가 존재하는지 묻는다”며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의 유가족인 이래진 씨(왼쪽)가 19일 서울 서초구 라이프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서해 피격 사건 판결문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이 사건 피고인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서 전 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반쪽짜리 항소’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등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는 피격·소각 사실 관계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확인되지 못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은폐 논의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봤으나, 바로 그 시점이야말로 오히려 은폐·삭제의 적기일 수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은 이러한 쟁점을 항소심에서 다투지 않고 항소를 포기했다”며 “국가가 구조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었는지 등 사법적 판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변호사는 “2월 한국을 방문하는 유엔북한인권보고관에게 북한의 만행, 한국 정부가 이씨를 구조하지 않은 사실을 입증하는 이 판결문을 전달할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반쪽짜리 항소와 관련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는데, 이를 증거로 공수처에 제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2020년 9월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바뀐 후인 2022년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서 전 실장은 이씨가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김 전 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등도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해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문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