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대 A씨는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급작스레 쓰러진 뒤 병원에 한 달 가까이 누워 사경을 헤매던 어머니는 이미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상태였다. 자녀들에게 평소 “가망이 없어 보이면 꼭 연명의료를 거부해야 한다”고 했던 어머니 당부가 떠오른 A씨는 동생과 상의 끝에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A씨 역시 배우자와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A씨는 “어머니가 고통 없이 돌아가신 듯해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며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도 행운”이라고 전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지난해 말 기준 3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70대가 약 12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사람도 47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통증 없이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사람은 지난해 기준 47만8378명이었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방식 중 환자 가족의 진술에 의한 환자 의사 확인(15만3655명)이 가장 많았으며, 말기 환자가 의료진과의 상의를 통해 작성하는 연명의료 계획서(15만3022명)가 뒤를 이었다.
한편 성인의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통증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으로 꼽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최근 게재된 ‘웰다잉에 대한 태도 예측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좋은 죽음을 위해 필요한 요소(중복 답변)로는 ‘신체적인 통증을 가급적 느끼지 않는 것’이 97.0%로 가장 응답이 많았다. 이어 ‘가족이 간병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96.2%), ‘가족이 나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하지 않는 것’(95.3%) 등의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죽음에 대해 부모, 배우자, 자녀 등 가족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45.7%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생애 말기 겪을 수 있는 신체적 통증에 대한 걱정, 가족들이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가급적 느끼지 않게 하고 싶은 요인이 ‘좋은 죽음’과 연관성이 높았다”며 “호스피스 비용 등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홍보하고, 연명의료 중단 과정에서 통증 조절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