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안건 상정도 하지 못하고 파행했다. 보수정당 출신으로 보좌진 갑질 및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 등에 휘말린 이 후보자를 두고 여야가 청문회가 아닌 의사진행발언만 거듭한 것이다. 결국 이 후보자는 청문회 증인석에 서지 못했다. 정상적인 청문회가 진행되지 못했지만 인사청문회법상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달 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 청문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여야 대치 속에 1시간 20여분 만에 정회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임이자 재경위원장이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며 청문회 안건을 상정하지 않자 여당은 일단 이 후보자를 출석시켜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후보자가 없는 인사청문회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야당은 자료 제출 부실을 지적하며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여야는 15일 오후 5시까지 자료가 충실하게 안 오면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제출된 답변은 전체 15%에 불과했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되자 오전 11시20분쯤 여야 간사에 청문회 개최 여부에 대한 추가 협의를 주문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 간사는 20일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당이 이 후보자 측에 20일 오전 10시까지 자료를 제출하고 미비한 내용은 박수영 의원에게 직접 설명하게 했지만, 야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도 자료가 들어오지 않았고, 자료가 와도 분석과 질의 자료를 만들기까지 최소 이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문회 참석을 위해 국회에서 대기하던 이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자료 제출 미비 주장에 대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제출했고 제출률은 75% 정도”라며 “청문회가 열려 국민 앞에 소상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임명 결정의 키는 청와대가 쥘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후 20일 이내에 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야 하며 송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이 지난 뒤부터 임명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국회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향후 조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선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준비한 건 없다”며 “오늘이 지나야 다음 스텝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후보자가 거짓 변명할까 봐, 여야가 합의해서 하기로 했던 청문을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궁색하다”며 “(이 후보자는) 이미 여러 번 야당의 검증을 거쳐 선거에 나갔던 후보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