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주한미국대사관이 전남 신안의 한 염전주가 60대 지적장애인 A씨를 10년간 무임금으로 일을 시킨 혐의로 구속된 사안에 대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미 대사관은 장애인 단체와의 면담을 통해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당시 피해자였던 A씨가 구조되지 못한 이유와, 신안군이 2023년 염전주 수사를 의뢰한 뒤에도 왜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 캐물었다. 근절되지 않는 착취와 미흡한 처벌에 대한 미국의 직접 조사는 초유의 일이었다.
앞서 지난해 4월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강제노동으로 인권을 침해했다며 인도보류명령(WRO)을 발동해 국내 한 유명 염전으로부터의 천일염 수입을 차단했다. WRO는 미국 세관국경보호청이 수입하는 제품 가운데 제품의 생산을 위해 강제노동이 실시되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때 외국 업체에 부과하는 제재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인권 착취 국가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더한 일도 있다. 최근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시설인 ‘색동원’에서 장애 여성들이 집단 성폭력, 성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경찰은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원장 A씨를 입건했다. 이와 관련해 강화군이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한 ‘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여성 장애인 17명과 퇴소자 2명 등 모두 19명이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이른바 ‘도가니 사건’(2000년대 초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뛰어넘는 장애인 시설 최대 성폭력 피해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공분이 작지 않다.
장애인 시설 성폭력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인권 침해의 결과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생활 전반을 종사자에게 의존하는 특성상 성폭력에 더욱 취약하며, 사건 발생 후에도 적절한 보호와 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예방과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시설 중심 보호 체계를 재검토하고,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을 중심에 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천부의 권리를 지닌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