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것이 대기업·고연봉 선호 현상 때문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쉬었음 청년은 구직활동 중인 청년보다 임금 기대치가 높지 않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할 의향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늘어난 구직 기간, 낮은 학력, 진로 적응도 등이 이들의 구직활동 포기와 더 연관성이 높았다.
한국은행은 20일 발간한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미취업 유형별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저자는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윤진영 과장, 김민정 조사역, 오삼일 팀장이다.
쉬었음 청년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 준비나 학업·육아·병역 등 특별한 활동 없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을 뜻한다. 실업자와 달리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노동 시장에서 아예 이탈할 우려가 큰 집단이다.
이들은 다른 미취업 청년들에 비해 눈높이가 높지 않았다.
연구진이 2021∼2023년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쉬었음 청년이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유보임금)은 3100만원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평균(3200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2023년 기준 중견기업 고졸 취업자의 평균 초봉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봉 기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었다.
청년층은 향후 일하고 싶은 기업 유형에서도 눈높이가 낮은 편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은 전 48.0%로 구직 중인 청년(39.1%)보다 높았고, 일반적으로 청년층의 선호가 높은 대기업(17.6%)과 공공기관(19.9%)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반면 구직 청년은 37.7%가 대기업을, 18.6%가 공공기관 취직을 희망했고 학업이나 시험 준비 등 인적자본에 투자 중인 청년은 23.0%가 대기업을, 44.2%가 공공기관 취직을 희망했다.
청년들의 학력과 미취업 기간도 쉬었음 상태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초대졸 이하 청년은 4년제 이상 청년에 비해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6.3%포인트 높았다. 아울러 이들은 본인이 추가적인 교육 이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을 낮게 평가하면서 ‘인적자본 투자’ 확률도 고학력 청년보다 10.9%포인트 낮았다.
미취업 기간이 1년 증가할 때에도 쉬었음 상태일 확률이 4.0%포인트 상승했다.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날 때는 3.7%포인트, 4년에서 5년으로 늘어날 때는 4.5%포인트 늘어나는 등 구직활동이 길어질수록 확률은 배로 늘었다. 장기 미취업자일수록 자신감 하락 등의 요인으로 구직을 포기하고 쉬었음 상태로 진입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연구진은 “쉬었음 청년층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정책 설계 시 초대졸 이하 학력 청년층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고, 중소기업의 청년층 고용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