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59)씨는 재작년 7월 16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나왔다. 국내 제약회사에서 재무 이사로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지만, 젊은 대표가 들어서면서 자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후배들을 위해 비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는 30년간 회계 업무 경력이 있었기에 조금 쉬다가 곧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퇴직 한 달이 채 안 돼 직원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에 회계 업무 담당 직원으로 취업했지만, 월급이 밀리는 등 회사 사정이 악화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사무직에서 눈을 돌려 기술직으로 재취업을 노렸다. 30대 때 따 놓은 전기기사 자격증이 어떻게든 쓰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이씨는 “자격증만 있지 전기 분야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상태여서 경력이 필요했다”며 “요새 젊은이들도 사무직에서 경력직만 선호한다고 하는데 중장년층 기술직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중장년 경력지원제’를 신청한 이유다. 시설관리 용역업체에서 3개월간 경력을 쌓으며 수당으로 150만원씩을 받는 조건이었다. 2개월 차에 기존 직원이 퇴사하는 일이 생겼고, 성실한 이씨를 눈여겨본 대표는 퇴사한 직원 자리에 이씨를 채용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며 “말 그대로 경력만 3개월 쌓고 끝나는 경우도 주변에는 많았는데 취업까지 연결된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남석헌(59)씨도 지난해 6월 이 제도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전기차 충전 제조·운영 기업 이지차저에서 전기차 충전기 수리 업무를 하는 그는 2022년 외국계 기업에서 퇴직했다. 퇴직 직후 개인사업도 시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쉽게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남씨는 “임원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면 사무직으로 재취업하긴 쉽지 않은 나이임을 절감했다”며 전기기능사와 전기차 충전인프라 관리사 자격증을 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모두 직전 직장보다는 임금이 절반까지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중요한 건 임금이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남씨는 “사무직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족들한테 들을 만큼 기계를 만지는 게 즐겁다”며 “군대로 치면 대령으로 제대해 다시 이등병으로 입대한 느낌이긴 하지만, 체력이 닿는 한 계속하고 싶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 자격을 따 더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고 했다.
이씨도 24시간 근무 뒤 48시간 쉬는 3교대로 몸은 힘들지만, 소속감이 주는 안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식이 낙”이라며 “70세 동료도 있는데 그분처럼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