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오면 직장인들의 아침 풍경이 비슷해진다. 출근길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자마자 켜는 건 업무 메신저보다 홈택스다. ‘13월의 월급’을 기대하며 간소화 화면을 넘기다 보면, 결국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분명 돈을 냈는데… 왜 조회가 안 뜨죠?”
서울 여의도의 한 중견기업 인사팀은 요즘 전화가 쉴 틈이 없다. “월세 공제가 0원으로 나온다”, “안경값은 어디서 넣느냐”, “기부금이 통째로 빠졌다” 같은 문의가 줄을 잇는다. 인사 담당자는 “간소화에서 보이는 것만 믿고 제출했다가, 며칠 뒤 누락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매년 반복된다”며 “처음부터 ‘안 뜨는 항목’이 있다는 걸 알고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편리하지만, ‘모든 공제를 자동으로 챙겨주는 완성본’은 아니다. 자동으로 불러오지 못하는 항목이 적지 않아서, 환급액은 결국 개인이 한 번 더 확인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쉽다.
◆월세 냈는데 공제는 ‘0원’? 가장 흔한 누락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월세 세액공제는 누락 문의가 특히 많은 항목이다. 무주택 근로자가 요건을 갖추고 월세를 냈더라도 간소화 화면에 자동으로 잡히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럴 땐 홈택스 화면만 붙들고 있을 게 아니라 ‘증빙 서류’부터 챙겨야 한다. 임대차계약서 사본에 더해 월세를 실제로 지급한 내역(계좌이체 내역, 무통장입금증 등)을 준비해 회사에 제출해야 공제 반영이 가능하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지난해 이를 몰라 환급액이 줄 뻔했다. 김 씨는 “간소화에 안 떠서 해당 사항이 없는 줄 알았다”며 “회사에 물어보고 나서야 따로 내면 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안경·렌즈값, 의료비인데 왜 안 뜰까
시력 교정용 안경과 콘택트렌즈 구입비도 ‘자동 반영이 안 되는’ 대표 항목이다. 의료비 공제 대상이지만, 안경점 전산이 국세청 자료와 연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안경점에서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따로 발급받되, 영수증에 ‘시력 교정용’ 문구가 명시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특히 체감이 크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누락 여부에 따라 환급액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진다.
종교단체나 지정기부금도 간소화에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소규모 단체나 지역 단체일수록 자료 제출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누락으로 이어지는 일이 있다.
세무업계에선 “홈택스에 안 뜬다고 공제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기부한 단체에 직접 연락해 영수증을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기다리면 뜨겠지’보다 ‘먼저 확인해서 받아두는’ 쪽이 빠르다는 얘기다.
◆“간소화는 출발선”…마지막 한 번은 결국 본인이
자녀 교육비 역시 방심하기 쉬운 구간이다. 취학 전 자녀가 일정 기간 이상 다닌 학원비는 공제 대상이지만, 학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조회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학원에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요청해 별도 제출해야 한다.
중·고등학생 자녀의 교복·체육복 구입비도 비슷하다. 학교를 통해 단체 구매한 건은 간소화 화면에 금액이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학교 행정실에서 납부확인서나 영수증을 받아 제출하는 편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완성본’이 아닌 ‘출발선’으로 본다. 한 세무사는 “자동으로 불러온 자료만으로 정산을 끝내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쓴 돈 기준으로 누락 항목을 한 번 더 점검해야 환급액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같은 말이 되풀이된다. ‘모르면 못 받는다.’ 클릭 몇 번으로 끝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마지막 한 번의 확인은 여전히 개인의 몫이다. 연말정산에서 웃을지 허탈해질지는, 결국 이 한 번의 점검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