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보도 기자 성별 비하 게시글…대법 “선거법 위반 아냐”

워마드 운영자, 선관위의 게시글 삭제 요청에 불복 소송
대법 “성별 비하 내용이 정당·후보자와 관련 있어야 처벌”

총선 관련 보도를 한 기자를 비판하며 남성 비하 표현을 쓴 ‘워마드’(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므로 삭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제의 표현이 특정 정당·후보자와 직접 관련이 없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워마드 운영자 강모씨가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삭제요청 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대전선관위는 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2020년 4월 강씨에게 워마드 게시글 3건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게시글에는 여야 후보 중 전과자가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여성 후보 2명의 전과를 부각한 기자 또는 언론사를 비난하는 내용, 여성의당 후보 선거유세를 지원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진 남성을 비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남(한국남성을 비하하는 은어)XX’, ‘자○○(남성 성기를 활용한 비속어)’ 등 남성을 비하·모욕하는 표현도 다수 포함됐다.

 

대전선관위는 해당 게시글이 후보자 비방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10조 2항 위반이라며 강씨에게 삭제를 요청했다. 강씨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게시글 내용이 공직선거법 110조 2항이 금지한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 후보자와 관련해 특정 성별을 공연히 비하, 모욕하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삭제를 요청한 대전선관위 처분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110조 2항에서 특정 지역·지역인 또는 성별을 비하·모욕하는 것과 정당·후보자 등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려면 “비하·모욕하는 ‘행위’가 정당·후보자 등과 관련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표현의 ‘내용’ 자체가 정당·후보자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서 그로 인해 특정 후보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문제의 표현이 다의적이거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신조어인 경우에는 표현의 경위와 동기, 의도, 표현의 구체적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해 용어의 의미를 먼저 확정한 후 금지되는 비하·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 후보 2명의 전과를 부각한 기자와 언론사를 비난한 게시글에 대해선 “후보자를 지지·옹호하거나 이 후보자들의 경쟁 후보자를 반대·배척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두 후보자의 당선을 도모한다는 목적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성의당 후보 선거 유세를 돕던 당원에게 돌을 던진 남성을 비난하는 취지의 게시글에 사용된 ‘한남’ 등 표현에 대해서도 “돌을 던진 신원 미상의 남성에 대한 것”이라며 “특정 정당·후보자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므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우파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독려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특정 용어로 비하한 글에 대해선 “문맥상 해당 정당에 대해 몹시 마음에 안 들거나 보기 싫은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합성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정당과 관련한 일반적 비하 표현이기는 하나 특정 성별을 비하·모욕하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