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막강한 콘텐츠 영향력을 자랑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가 올해로 한국 시장 진출 10년을 맞이했다.
처음 서비스가 개시됐을 때만 해도 국내 미디어 시장은 지상파와 케이블 중심의 견고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OTT라는 낯선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진출 전년인 2015년 11월 일부 기사를 보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해도 미디어 시장 판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다룬 내용이 여전히 눈에 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6년 1월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 서울에서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6 코리아’ 행사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부사장(VP)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꿈이 현실이 된 기적’이라고 정의했다.
강 부사장은 본격적인 올해 라인업 소개에 앞서 10년 전인 2016년으로 시간을 되돌렸다. 그는 만약 10년 전 이 자리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10년 후에는 한국이 만드는 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이 되고,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 영화가 전 세계 넷플릭스 TOP 10 리스트를 매주 점령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사람들은 그를 향해 ‘꿈같은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축제 때마다 한국 드라마 속 의상을 입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K-팝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따라 부르는 풍경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영역이어서다.
불가능해 보였던 상상들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 5년간 무려 21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이 글로벌 TOP 10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 80억 인구 중 불과 5000만여명이 사용하는 한국어로 만든 콘텐츠는 이제 미국 콘텐츠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콘텐츠가 됐다. 강 부사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이제 염원을 뛰어넘어 매일 체감할 수 있는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넷플릭스도 꾸준하고 과감하게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었다면서다.
장르의 다변화도 있었다. 과거 해외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라고 하면 흔히 ‘로맨틱 코미디’만을 떠올렸지만 밀도 높은 스릴러부터 사회적 불평등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시대극까지 모든 장르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잊혔거나 은폐되었던 사회적 사건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정의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예능 콘텐츠도 과거와 달리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며 한류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했다.
업계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창작자들과 스태프들의 재능·열정에 공을 돌린 강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향후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약속을 내걸었다.
첫째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변함없는 장기 투자의 지속이다. 그는 “제작 스케줄과 사이클에 따라 연간 발표하는 작품 중 한두개 정도는 미세한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된다”며 “시리즈, 영화, 예능, 오리지널 제작은 물론이고 라이센싱을 포함한 다양한 협업 모델까지 변함없이 투자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신인 창작자들을 위한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넷플릭스가 선보인 시리즈와 영화 중 3분의 1은 신인 작가나 감독의 데뷔작이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자본을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진 인력을 위한 양성 프로그램과 새로운 제작 기술 공유, 트레이닝 과정 등을 파트너들에게 제공하며 업계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미장센 단편 영화제 수상작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등 영화계와의 협업을 넓히며 대한민국 인재들의 등용문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역할을 ‘리스크를 감당하는 동반자’로도 규정했다. 그는 제2의 ‘오징어 게임’에 안주하지 않고 전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찾아 나설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는 넷플릭스가 온전히 짊어지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과는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의 모든 제작 파트너와 함께 나누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