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아파트에 ‘자금세탁소’를 차리고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이스피싱(전화사기) 피해금을 세탁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 조직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린 범죄수익은 총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총책은 세탁한 수익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면서 사업가 행세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 김보성)는 40세 남성 A씨 등 13명을 범죄단체조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7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북 전주와 수도권 일대 아파트 7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조직적으로 180개가 넘는 대포계좌를 관리해 범죄 피해금 1조5750억원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수괴’라는 별칭으로 불린 총책 A씨를 비롯한 조직원 6명은 추적하고 있다.
범죄수익으로는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합수부는 지난해 11월 A씨 주거지 등을 수색해 수천만원짜리 명품 의류 등과 수억원대의 수입차를 압수했다. A씨가 카지노 에이전트 사업, 태양광 발전사업 등을 준비한 서류도 발견됐다. 검찰은 “범죄수익을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합법적 사업가로 세탁하려 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얻은 이익은 126억원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A씨와 배우자·자녀 등의 자산을 포함해 약 34억원을 추징했다. 하위 조직원들은 수백만원대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적발된 조직원들은 26∼41세 남성이었다. 센터를 총괄하는 총괄관리책, 중간관리책, 전문장집, 조직원 모집책, 자금세탁책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중간관리책 이상의 상부 조직원은 지인관계였고, 하위 조직원들은 지인 추천 등으로 알음알음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괴의 수행비서와 조직원 모집책도 따로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세탁 거점을 널뛰기 형태로 운영한 건 드문 사례”라며 “보이스피싱 범죄의 동인인 범죄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준 가담자들이 1명도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