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중에 ‘가위바위보도 일본에는 지지 마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과거사로 인해 일본을 바라보는 국민적 감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스포츠 맞대결에선 절대로 지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농담이다. 일찌감치 경제 발전을 이룩한 일본에 비해 국제적 위상, 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일본에 크게 밀렸던 한국으로선 스포츠에서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반영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덧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K팝을 비롯한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다수 분야에서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고, 오히려 앞서는 영역도 많아졌다. 그런데 정작 스포츠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특히 한일전의 대표격인 축구에서 2020년대 들어 크게 밀리는 양상이다.
이민성(사진)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0-1로 패한 것도 한일 양국 간의 축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만하다.
20대 초반은 1~2년 경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시기다. 피지컬은 물론 경기 경험, 경기 내에서의 멘탈 관리 등 모든 면에서 1~2년 더 나이가 많은 게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U-23 대표팀은 일본에 최소 대등하게는 싸워야 했지만, 두 살 어린 동생들에게 철저하게 밟혔다. 이는 곧 한일 양국의 축구 격차가 꽤 많이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단 이번 패배는 U-23세 대표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연령별 대표팀이 2020년대 들어 일본에 2승7패로 밀리고 있다. 성인대표팀만 해도 최근 세 번의 한일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7실점하며 3연패를 당했다. 한일전 축구에서 성인대표팀의 3연패는 처음 있는 일이다.
선수층에서도 이제 한국이 일본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유럽파 숫자만 비교해 봐도 일본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많다. 한국은 손흥민(LAFC)이라고 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30명 아래다.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소수의 천재에만 의존하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130여명에 달하는 유럽파들이 각국 리그를 누비고 있다.
선수층이 얇다면 탄탄한 조직력으로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일본이 한 수 위다. 일본은 전 연령별 대표팀이 일관된 축구철학 아래 유사한 전술 흐름과 플레이를 가져간다. 덕분에 상위 레벨 대표팀으로 올라가도 적응이 어렵지 않다. 반면 한국은 연령별 대표팀마다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전술이 제각각이다. 대표팀 레벨 간에 축구철학 및 전술을 공유해야만 물 흐르듯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그런 청사진을 그릴 만한 준비도, 능력도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번 U-23 아시안컵 4강전 패배도 코칭스태프의 무능과 안일한 전술 준비, 대처가 그대로 드러난 결과였다. 이민성 감독은 호주와의 8강전에서 뒷공간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던 백가온(부산) 원톱 카드 등 호주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내밀었다. 일본이 호주전을 체크하지 않을 리 없고, 패스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일본은 애초에 수비 시스템이 뒷공간을 내주는 팀도 아니다. 그에 비해 일본은 8강 요르단전과 비교해 5명이나 선수들을 바꿔 나왔다. 상대팀에 따라 선수 및 전술 수정을 했단 얘기다. 이민성 체제로 올해 아시안게임을 갔다간 금메달은커녕 메달권 입상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