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인성이 먼저”… 글로벌 평화·리더십 교육 모델 구축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70년]

가정연합의 교육기관·철학

한국 사회에서 종교적 배경을 지닌 교육기관은 오랜 기간 논쟁과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논쟁과 별개로, 어떤 학교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교육 실험과 성과로 교육 현장에서 독자적 모델을 구축해 왔다. 가정연합 산하 교육기관 네트워크가 그 사례다.

선문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경복초등학교,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선정중·고등학교, 선문대학교, 선학 UP대학원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이 교육 네트워크는 반세기 넘게 ‘인성·평화·리더십·국제 감각’을 공통된 교육 철학으로 유지해 왔다. 내부 집계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현재까지 약 3만 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졸업생들은 정치·외교·과학·문화예술·국제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준비



가정연합 계열 교육기관의 교육 철학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평화를 위한 인간교육’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전쟁과 분단의 경험 속에서 출발한 이 철학은 학업 성취 중심 교육보다는 도덕성, 사회적 책임, 타문화 이해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이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철학이 이후 일본과 미국, 아시아 개발도상국 등으로 교육기관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국제화 전략과 결합했다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해당 교육 네트워크는 한국적 교육 가치와 국제 교육 기준이 결합된 사례로 일부 학술 연구에서 언급되고 있다.

교육 평가 전문가들은 이들 학교의 공통 요소로 △외국어 교육 비중 확대 △예술·체육·과학·봉사 활동의 병행 강화 △국제교류 및 해외 현장 체험 시스템 구축 △학업 성취도보다 정서적·사회적 성숙을 주요 교육 목표로 설정한 점 등을 꼽는다.

인성이 먼저다

가장 논쟁적인 지점은 인성교육과 가시적 성과 간의 관계다. 일부 교육 평론가들은 “평화·리더십·봉사라는 교육 목표가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국제적 역량 형성으로 이어진 구체적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선화예술중·고등학교의 경우 국제 콩쿠르 수상자 배출, 해외 공연 활동, 국제 예술 교류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문화예술계에서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확보해 왔다. 또한, 선학 UP대학원대학교의 모델 UN 프로그램, 선문대학교의 국제기구 인턴십 연계 과정, 청심국제중·고교의 의무화된 해외 봉사·교류 프로그램 등은 인성 중심 교육이 국제 활동 경험과 진로 설계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전통 악기인 장구 수업을 받고 있는 선화예술학교 학생들.

교육적 성과인가, 종교 네트워크 확장인가

반면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학계와 언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종교 기반 교육 철학이 충분히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평화·통일 담론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가

-국제 캠퍼스 운영과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글로벌 교육 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가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평가 중 하나는 “해당 교육 네트워크는 축소되거나 소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제도화·체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학교에서 근무하거나 강의를 맡아온 비(非)통일교 출신 교사·교수들 가운데서는 “수업과 학교 운영 전반에서 종교적 색채가 전면에 드러난다고 느끼기 어렵다”, “일반 사립학교의 교육 과정과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복초등학교 전경.

반세기 교육 실험, 그 이후는

교육 전문가들은 가정연합 계열 학교들을 특정 종교의 부속 기관으로만 보기보다, 한국 사립교육 실험사의 한 사례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평화·리더십 교육 모델은 AI 기술 확산, 국제 이주 증가, 다문화 사회 전환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향후 한국 교육의 하나의 대안 모델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한 교육학자는 “가정연합 교육기관의 반세기에 걸친 교육 실천은 이미 완결된 성과라기보다는 현재도 진행 중인 장기 실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 실험은 교육·인성·국제 역량을 결합한 하나의 교육 모델로서, 이미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분석과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향후 한국 교육 담론 속에서 그 성격과 가능성이 보다 분명하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