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동학개미' 환율 안정·소비 증대 이끌까

'부의 효과' 주목…내수 개선 대신 해외주식·부동산 '유턴' 우려도

22일 코스피가 5,000선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에 이목이 쏠린다.

국내 증시 활성화로 원화가 힘을 얻고, 가계의 자산 가치 상승이 내수 경기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수익 자금이 해외 투자로 유출되거나 부동산으로 쏠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시의 온기가 실물 경제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5000 돌파를 기뻐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 '바이 코리아'로 환율 안정될까…제도 개편 속도

코스피 5,000은 국내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메시지가 돼서 외국인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원화 가치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수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까지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4개월째 매수 우위지만 주식 자금은 유출입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 자금은 74억4천만달러 순유입됐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 기준 약 10조7천61억달러 규모다.

주식 자금은 지난해 11월 91억3천만달러 순유출에서 한 달 사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채권 자금이 전월 역대 최대 규모인 118억1천만달러 순유입에 이어 두 달째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정부도 증시 부양과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노리고 '서학개미' 유턴과 외국인 국내 증시 투자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을 비과세해주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신설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학개미 등이 미국 등 해외 주식 투자 수익금을 국내 주식,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세제 혜택만 노리고 '자금 돌려막기'로 해외주식에 다시 투자하는 체리피킹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구체화했다. 투자자가 RIA 외 일반계좌에서 해외 주식을 순매수하면 해당 금액에 비례해 소득공제 혜택을 조정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국내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 외국인 통합 계좌 등 외환·증권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를 한국 증시에 참여하는 '글로벌 동학개미'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오는 4월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예정돼 있어 대규모 자금이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도 1,400원대 후반에서 불안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난 1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례적인 구두 개입을 했지만 잠깐 주춤했을 뿐 연일 오름세가 지속됐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천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 뒤엔 일단 제동이 걸려서 이날까지 이틀째 내림세를 나타내며 1,460원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코스피가 5,000까지 단기간에 뛰어오른 점은 부담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실현을 하며 급격히 빠져나가며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외환시장에 리스크 요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될 땐 환율을 누르는 힘이 약했고, 추후 이탈할 땐 한 번에 빠져 환율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00p를 넘으며 시작하고 있다.

◇ '부의 효과' 기대에도…자금 향방이 관건

증시 호황은 통상 소비 심리를 개선하고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일으킨다. 부의 효과란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수가 상승해 가계의 순자산이 늘어나고 이것이 미래 소득 기대를 높여 지갑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포함된 경기선행지수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1월 102.5로 전월보다 0.3포인트(p) 올랐다.

그러나 주가가 5,000선까지 워낙 가파르게 뛰어오르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이 미처 참여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일부만 과실을 누리고 있을 수 있다.

자금의 해외 유출과 부동산 쏠림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증시에서 얻은 이익이 다시 미국 등 해외 주식 투자로 빠져나가거나,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가계부채를 자극할 경우 내수 진작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보다 개인투자자가 많아져 코스피 상승이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접점은 넓어졌다"면서도 "차익 실현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이 미국 증시나 결국 부동산으로 다시 몰릴 수 있다"며 "소비로 전환되기에는 고물가, 금리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코스피 5,000'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지수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실적 등 펀더멘털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이익 증대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부실기업을 적극 퇴출, 불공정 거래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최근 반도체·원전·방산·조선 기업 주가만 활황이고 나머지는 오히려 하락하는 곳도 많다"며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경쟁력이 좋아져야 증시도 지속 가능하다"고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