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덕죽 셰프가 서울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폐업 위기와 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게스트로 출연한 후덕죽 셰프는 일본에서 2년간 요리를 수학한 뒤, 신라호텔의 새로운 중식당 ‘팔선’의 오픈 멤버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당시 ‘팔선’의 목표는 국내 최고 중식당으로 군림하던 플라자 호텔 ‘도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팔선’은 개업 후 2년 동안 업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이병철 회장은 ‘1등 아니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제일주의’ 경영 원칙에 따라 폐업을 지시했다.
후덕죽은 “그때 저는 부주방장이었는데 주방장이 힘드셨던 모양이었다. 그분이 물러나면서 제가 주방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위기를 맞아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후덕죽은 “당시 회장님 큰따님이 호텔 고문 역할이었다. 제 음식을 드시고는 ‘음식 맛이 달라졌다’라면서 회장님께 다시 한 번 와보시라고 권했다”고 밝혔다.
이병철 회장은 처음에는 “문 닫으라고 한 데를 뭐하러 가보냐”라며 거절했으나, 큰딸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팔선에 방문했고, 후덕죽의 음식을 맛본 뒤 폐업 지시를 철회했다.
후덕죽은 “이후 팔선은 1년 만에 업계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장님은 음식을 정말 즐기는 편이고 지식도 많으셨다”라면서 “유명한 어록 중에 ‘초밥 한 점에 밥알이 몇 개고?’지 않나. 그걸 직접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후덕죽은 “요리사는 만들기만 하지 밥알 개수까지는 상상도 못 하지 않나. 그 순간 ‘아, 인정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그때 제 인생이 요리사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회상했다.
이병철 회장이 후덕죽에게 밥알의 개수를 물은 이유는 요리의 맛을 넘어서 그 요리사가 가진 철학이 있는지를 묻는 말이었을 테다.
밥알 개수까지 상상하고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본인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이가 진정한 '미식 감각'을 갖추고 요리사로 거듭날 수 있음을 질문의 형식을 빌려 건넸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