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준 돈만 1000억달러” 유튜브 CEO…이제 어디가 ‘방송국’인가

‘고향’에 빗대기도…크리에이터 산실의 자부심
유튜브 닐 모한 최고경영자(CEO)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지난 4년간 크리에이터 등에게 1000억달러를 지급했다는 내용의 글. 닐 모한 엑스 계정 캡처

 

“유튜브는 지난 4년간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미디어 기업에 1000억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언급한 표현은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유튜브 닐 모한 최고경영자(CEO)의 블로그 글에서 언급됐다. 22일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글에서 그는 “유튜브는 여전히 가장 크고 오래된 크리에이터 경제이자, 크리에이터가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곳이자 그리움 속에 언젠가 다시 돌아가고픈 ‘고향’으로 유튜브를 빗댄 것만 봐도 전 세계 크리에이터를 길러냈다는 유튜브의 강한 자부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유튜브가 지급한 이 천문학적인 보상은 단순한 수익 공유를 넘어 전통적인 방송국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화력이 됐다. 단일 미디어 기업이 창작자들에게 이 정도 규모의 현금을 직접 지급한 사례는 인류 미디어 역사상 유례가 없을 것이며, 지상파나 OTT 플랫폼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자본 투입 수준이기도 하다. ‘돈이 모이는 곳에 최고의 인재가 모인다’는 말처럼 방송국 대신에 미디어 엘리트들이 유튜브로 향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진다.

 

막대한 자본 투여는 콘텐츠의 정의마저 새롭게 쓴다. 모한 CEO는 글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는 TV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할리우드와 그 밖의 지역에서 스튜디오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표현의 시대는 지났다면서다. 대신에 레거시 미디어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Program)’을 그는 언급했다.

 

본래 프로그램은 막대한 자본과 거대 스튜디오를 보유한 방송사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전유물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부지를 매입해 전문 스튜디오를 짓고 에미상 후보에 오르는 유튜버들이 이 용어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고 선언한 셈이다. 기획과 제작·팬덤 관리에 이르기까지 완결된 형태를 갖춘 유튜브 콘텐츠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주류 엔터테인먼트로의 안착을 앞두고 있다.

 

유튜브 공식 블로그 캡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튜브는 방송국의 마지막 성벽인 거실 TV마저 파고들고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구성하는 ‘완전 맞춤형 멀티뷰’와 뉴스·스포츠 등 각 분야에 특화된 10개 이상의 ‘유튜브 TV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방송국이 가졌던 최후의 권력인 채널 편성권마저 유튜브가 흡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청자는 방송국이 정해준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는 대신에 유튜브라는 마당에서 본인만의 방송국을 설계할 수도 있다. 하드웨어로서의 TV는 남았지만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할 뿐 그 안을 채우는 영혼은 유튜브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한 CEO는 “유튜브는 제약 없는 시청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플랫폼으로 자리했다”며 “차세대 시청자들을 위한 최상의 미디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뿌듯해하기까지 했다.

 

아울러 유튜브는 인공지능(AI)이 미칠 영향을 경계하며 창작의 무결성 수호를 천명했다.

 

모한 CEO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와 실제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크리에이터는 사실적 변형 또는 합성 콘텐츠를 제작했을 때 이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때가 있어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하는 유해한 합성 콘텐츠를 삭제하며, ‘가짜 금지법’과 같은 주요 법안 지원으로 창작의 무결성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개방성에는 높은 품질 수준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며 “유튜브는 저품질·반복형 AI 콘텐츠의 확산을 줄이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모한 CEO는 부각했다. 그는 “5년 후 혹은 10년 후 유튜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는 아직 여러분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 또는 오늘 자신의 채널을 시작한 사람일 수 있다”며 “이러한 무한한 가능성은 다음 세대를 위해 계속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