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북부 도시형 일반 산업단지에 한 제지 업체의 고형연료제품(SRF) 소각장 추진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허가권자의 불허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업체가 제출한 운영 계획서에 허가를 내줄 수 없는 중대한 미비가 있다고 보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SRF 소각장 설립을 반대해 온 주민들은 “시민의 생명과 환경권을 지켜낸 중대한 결정”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전주지법은 종이·판지 제조업체인 천일제지가 전주시 덕진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SRF 사용 허가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천일제지는 2017년 대기 배출 시설인 고형연료제품 사용 시설 설치 허가를 받은 뒤 수차례 변경 신고를 거쳐 2023년 11월 해당 시설의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후 2024년 9월 SRF 사용 허가를 다시 신청했으나, 전주시는 주민 수용성 미검증과 환경보호 계획 미흡, 시설 위치 불일치 등을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리자, 업체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우선 전주시가 제시한 기존 불허 사유 가운데 주민 수용성 미검증과 시설 위치 기재 오류에 대해서는 "처분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민 동의를 요건으로 삼을 법적 근거가 없고, 시설 위치 기재는 단순 오기로 보완이 가능한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고형연료 사용에 따른 대기 오염 가능성 자체는 명백하다며, 환경보호와 관련된 행정청의 재량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판단을 이어갔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쟁점이 된 운영 계획서의 적정성에 대해 “일부 사항은 보완 대상에 그치지만, 일부는 신청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미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선택적 무촉매 반응 시설의 암모니아 슬립 우려와 대기 오염 저감 시설의 설계·운영 근거 부족, 활성탄 소요량과 약품 사용량 산정 근거 미제시 등 핵심 저감 시설 관련 내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보완이나 해결 없이 허가를 내주지 않은 전주시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전주시가 변론 종결 이후 제출한 참고 서면을 통해 새롭게 제기한 운영 계획서 신빙성 문제 역시 원고가 심리에 동의한 이상 적법한 심판 대상이 되며, 이후 이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법원은 전주시의 SRF 사용 허가 불허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주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SRF 소각장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천일제지는 패소를 인정하고 SRF 소각장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판결은 도심 속 발암물질 배출 시설로부터 전주시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환경권을 지켜낸 중대한 결정”이라며 “업체의 고형연료제품 사용 허가 불허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과 연대가 만들어낸 값진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천일제지는 주거지와 학교, 병원 등이 밀집한 팔복동 도심 한복판에 SRF 소각장을 운영하려 했고, 제출한 운영계획서에서 검토할 수 없거나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 다수 확인됐다”며 “법원은 시민의 안전을 외면한 채 기업 이윤만을 앞세운 행태에 분명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민의 건강과 환경을 희생시키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온전히 지켜질 때까지 감시와 대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