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더니 결국 ‘한 돈 1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새해까지 이어진 전 세계적 지정학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며 국내 금 시장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순금 1돈(3.75g) 매입가격은 100만9000원으로 100만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초 한 돈당 53만원 수준이던 가격은 3월 60만원대, 7월 70만원대에 이어 10월 90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해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 가까이 뛰는 급등 추세가 1년 내내 지속됐다.
국제 시세도 전날 온스당 480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장중에는 4885달러까지 치솟아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관심이 쏠려, 국내 첫 금 현물형 ETF인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액은 최근 4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금값 급등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고조, 여전히 높은 물가 속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탓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 약세와 미국 국채 금리 하락,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도 상승세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금, 은 등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다가 올 초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 이란 반정부 시위에 이어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 대상 관세 부과 계획 철회와 무력 불사용 방침을 밝히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무역 전쟁에 대한 공포가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찾는 심리를 높였던 만큼 치솟던 금값도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단기적 조정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금 가격 상단이 올라가는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지정학의 단기 변수를 넘어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값 상승은 투자용 수요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 채굴량이 정체된 상태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분석된다. 2020년대 중반 이후 정체기에 접어든 금 채굴량으로 금은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늘지 않는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됐다. 태양광 및 전기차 부품 등 첨단 산업에서 귀금속 수요가 폭발하며 금과 은이 함께 올라가는 슈퍼 사이클 현상도 보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역시 공식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통해 금 가격을 떠받치고 있어, 투자 수요에 의존했던 금값 상승과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과거 온스당 2000달러선이던 저항선은 이제 4000달러를 강력한 지지선으로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격이 떨어질 때도 예전과 같은 폭락보다는 차익 실현 매물을 소화하며 4000달러 근처에서 하방 경직선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부채 위기, 글로벌 지정학적 변수가 언제든 고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여전해 안전자산 쏠림은 한동안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