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피 5000시대, 내실 다져야 신기루 안 될 것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시대’를 목전에 뒀다가 후퇴했다. 어제 코스피는 전장보다 42.60포인트(0.87%) 오른 4952.53으로 마감됐다. 장중 한때 5019.54까지 올랐다가 차익 실현 매물에 5000선 등극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4000선을 넘어선 지 3개월 만에 파죽지세로 5000선을 터치한 건 고무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가 시장을 이끌고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지원, 글로벌 증시 훈풍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게 주효했다. 미국의 유럽을 상대로 한 그린란드 관세를 철폐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18.65%로 주요 20개국(G20) 지수 중 압도적 1위다. 주역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삼성, SK 등 ‘K반도체’ 투톱의 지수 상승 기여도는 각각 37.76%, 20.36%에 달했다. 일명 ‘조방원(조선 방산 원자력)’ 산업과 로봇 대장주로 부상한 현대차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정부도 일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투자에 나선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을 이끌었다. 300조원 규모로 커진 ETF는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투자 형태가 다양해진 것도 요인이다.

 

기대만큼 걱정도 앞선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지표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지만, 과열에 따른 기술적 조정은 불가피하다.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에선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다. 개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이유다. ‘포모(FOMO·소외에 대한 두려움)’ 심리에 따른 ‘빚투’가 30조원에 달하는 것도 걱정이다. 원화 가치와 주가의 디커플링(탈동조화)도 경계해야 한다. 지수 부담으로 외국인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서면 지수 급락은 물론 외환 시장에도 비상이 걸린다.

 

풍부한 유동성과 낙관론이 맞물린 착시인지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8%)에도 못 미치는 1.0%에 턱걸이했다는 한국은행 통계는 경제에 던지는 경고다. 서학 개미를 유인하기 위한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하는 건 변동성만 키울 뿐이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31차례 언급한 것처럼 지속 가능성은 성장과 실적에 달려 있다. 유동성 관리와 투자자 안전장치 점검이 필요하다. 특정 산업이 아닌 서비스·제조·건설 등 산업 전반을 위한 성장 친화적 정책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