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먼저 치료…" 한겨울 소년원 진료실 지킨 70대 의사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진 한겨울에도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 안 작은 진료실에는 어김없이 불이 켜졌다. 화려한 병원도, 주목받는 의료 현장도 아닌 그곳을 3년 동안 지켜온 이는 마음사랑병원 송봉용 원장(75)이다. 그는 누구의 권유도, 의무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보호소년들의 마음을 마주해 왔다.

지난 3년 간 전북 전주소년원을 찾아 보호소년들의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진행한 송봉용 마음사랑병원 원장(가운뎨)이 감사패를 들고 전주소년원 임춘덕 교무과장(오른쪽), 김학성 의무과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주소년원 제공

송 원장은 2023년부터 매월 두 차례 전주소년원을 찾아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진행했다. 그가 만난 보호소년은 연인원 기준 540명. 분노조절 장애와 충동성, 우울감 등 복합적인 심리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진료실 문턱조차 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송 원장은 소년원 진료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누군가는 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이 아이들은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이미 많이 다쳐 있고, 상처받은 경우가 많다”며 “다시 같은 길로 돌아오지 않게 하려면 혼내기보다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진료 방식도 남달랐다. 송 원장은 훈계나 조언을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질문 하나에 오래 머물렀다.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묻고, 대답이 없어도 기다렸다. 닫힌 마음을 억지로 열려 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풀 때까지 시간을 내줬다.

 

이 같은 접근은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냈다. 전주소년원에 따르면 송 원장의 지속적인 상담 이후 충동적 행동과 공격성으로 인한 원내 돌발 사건이 감소했고, 상담을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보호소년도 늘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입에 올리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임춘덕 전주소년원 교무과장은 “송 원장님을 만난 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다”며 “분노로 행동하던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고, 상담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진료를 받았던 한 보호소년은 송 원장을 “처음으로 잘못보다 아픔을 먼저 물어봐 준 어른”으로 기억했다. 그는 “원장님을 만나고 나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이러한 변화를 ‘성과’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는 “진료를 하다 보면 어느 날 아이들이 ‘이제는 잘살아 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며 “그 말 한마디가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는 병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회복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전주소년원은 이 같은 조용한 헌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지난 22일 송 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에는 전 직원의 마음과 함께, 3년간 이어진 의료 봉사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

 

송 원장은 다음 달을 끝으로 3년간의 소년원 의료 봉사를 마무리하고 본래의 진료 현장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시간과 말, 그리고 기다림은 철창 안에서 만난 소년들의 삶 속에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행석 전주소년원장은 "전문적인 정신건강 의료 지원이 보호소년의 행동 변화와 재비행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며 "앞으로도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보호소년의 심리 회복과 사회 복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