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도 영화 제작은 쭉∼" 전주국제영화제 2206편 출품

영화 산업 위기에서도 전북 전주로 향한 영화 수천 편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와 국제경쟁 부문 출품 공모를 마무리하며, 숫자 너머에 담긴 영화인들의 고단한 열정과 동시대 창작의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24일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에 따르면 한국영화 출품 공모를 지난해 11월부터 약 석 달간 진행한 결과 1785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한국경쟁 153편, 비경쟁부문(장편) 82편, 한국단편경쟁 1498편, 지역공모 52편이다.

 

지난해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이는 지난해 1835편에 비해 50편이 줄어든 수준이지만, 심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감 시점을 예년보다 앞당기고, 한국 영화 산업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출품 마감을 앞당기면서 작품 수가 크게 줄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2.7% 감소에 그쳤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전주에 보내준 영화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출품작 하나하나에 지금 한국 독립영화가 처한 현실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쟁 부문 장르는 극영화 104편(67.53%), 다큐멘터리 42편(27.27%), 실험영화 5편(3.25%), 기타 3편(1.95%) 순이다. 한국단편경쟁은 극영화가 1220편(81.4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실험영화 105편(7.01%), 다큐멘터리 77편(5.14%), 애니메이션 74편(4.94%), 기타 22편(1.47%) 순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선보이려는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비롯해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만의 언어를 밀고 나간 단편들, 그리고 지역에서 묵묵히 영화를 만들어온 창작자들의 작품이 전주로 모였다. 특히 실험영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이 늘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켜온 ‘다양성의 공간’이라는 성격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국제경쟁 부문 역시 비슷한 상황을 엿보게 했다. 70개국에서 접수된 421편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첫 영화’, ‘두 번째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들이 존재함을 증명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4편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 36편, 일본 28편, 캐나다 22편, 독일 19편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북아메리카 지역 출품작이 눈에 띄게 늘었고, 극영화(59.6%)와 다큐멘터리(34.2%)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전주가 신진 감독들에게 ‘첫 관객을 만나는 자리’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주국제영화제는 해마다 새로운 영화적 시도를 환대해 왔다. 이번 출품 공모 역시 거창한 흥행 성적이나 화려한 이력보다, 지금 이 시대에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택 그 자체에 주목한다. 수천 편의 출품작은 경쟁의 대상이기 이전에 각자의 자리에서 끝내 영화를 완성해 낸 창작자들의 기록이다.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부문 최종 본선 진출작은 오는 3월 공개된다. 그중 일부만 스크린에 오르겠지만, 전주로 보내진 모든 영화는 이미 각자의 여정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다. 스크린 위에 오를 영화들 뒤에는, 여전히 영화를 포기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10일간 전주 고사동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