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고소작업대 임대업’ 딜레마…삼성에 “팹 공사 참여 기회 달라”

중소 임대업체들, 평택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건설 참여 요구
동반성장위 2017년 中企 적합업종 권고…KDI “실효성 없어”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Fab·팹) 생산라인 건설을 앞두고 ‘고소작업대’(작업자를 올리는 이동식 장비) 중소 임대업체들이 컨소시엄이 아닌 개별 참여를 허용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한국고소작업대임대업협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올해 예정된 삼성전자 평택공장 생산라인 공사에서 업체 간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이들은 자신들이 컨소시엄 형태로만 입찰에 참여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청사인 삼성이 개입해 선정한 1곳의 업체만 사용하는 사실상의 독점구조를 탈피해 하청 협력사들이 자율적으로 임대업체를 선정하도록 자율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은 “현재까지 확인된 입찰 구조는 시공사가 임대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을 유지한 채 최저가 입찰 중심 구조로 단일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이 같은 요구가 과거 공사 과정에서 반복돼온 구조적 배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2021년 평택 팹 3기 공사 당시 제한적 최저가 입찰 방식을 도입했는데, 팹 전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조건으로 내걸어 대형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 기업이 약 3700대 물량을 수주하며, 4년간 사실상 독점 공급 체제가 이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공장 건설 당시 시공사가 업계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최저가 입찰 방식을 철회한 사례를 들었다. 

 

조합은 단일 사업자 선정이 아닌 분할·개방형 참여 구조로 중소 임대업체의 개별 역량이 반영될 수 있는 선정 방식, 시공사와 중소업계 간 공식 협의 채널 구축 등을 요구했다.

 

고소작업대는 공장이나 건설현장 등 높은 곳에서 일할 때 보조장치로 사용되는 장비다. 2017년 동반성장위원회는 고소작업대 임대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고 결정했다. 이어 2020년에는 적합업종 재합의를 권고한 바 있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최소 3년간 관련 업종과 품목에서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된다. 한 차례 3년 범위에서 지정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최대 6년까지 보호받는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의 중기적합업종제도 시행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도의 보호를 받은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 경제적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중기적합업종제도를 폐기할 것을 제언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22년 발간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담겼다.